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처음 이 결정을 했을 때,
어찌 보면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요즘 많이들 한다는 흔하디 흔한 결정이지만
한편으로는 숙고한 것도 아닌, 마음먹기의 절반은 즉흥적이었지만
나는 다만
낯선 곳에 나를 내려놓고 내가 어떻게 사는지 가만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그 시작은 흔하디 흔하다는 해외 한 달 살기이지만
처음에는 여행 유튜버들처럼 혼자 한 번 나가서 거창하게 나를 만나볼까 했었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어 먹고
'아이들과 낯선 해외에서 한 달만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예약했다.
교통편과 숙소만 해결되면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가서 살면 되지 뭐, 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뭔가 혼자 여행을 준비하는 건 처음이다.
한창 세상걱정 많고 알바에 치여 살던 이십 대 초반, 나는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은 중국이 너무 궁금해서 간 게 아니라 그 당시 친구들이 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길래 나도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 간 것이 중국이었다. - 유럽은 당시 나의 알바로는 감당이 어려웠다.-
지인 중에는 중국을 간다는 사람이 없어서 온라인카페에서 만난 동갑내기와 함께 여행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중국으로 가는 배에서 같은 루트로 가는 사람들을 만나 우리는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늘 함께 다녔다. 사실 나는 중국어라고는 쿨의 노래에 나오는 이얼싼쓰만 알고 간 사람이었다. 그 때 나는 예민했으나 낙천적이었고, 신중했으나 즉흥적이었다. 이십대의 나는 그렇게 여행을 했다.
이번에 다시 나에게 한 달이라는 서술형 문제를 낸다. 여행이라기엔 그저 살아보기로. 그저 그렇게 낯선 곳으로 나를 보내고, 나는 그 답안을 써 내려가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아들들과 함께 한 달을 나간다는 것에 명분이 필요했고 명분은 흔하디흔한 어학으로 정하니 답은 어렵지 않았다. 경제적 상황과 따뜻한 기후 그리고 치안상황, 그래서 정한 곳이 말레이시아다.
장소를 정하니 준비할 것이 많았다. 인터넷 정보는 단편적인 것이 많아서 클래식하게도 책을 샀다.
저스트 고 말레이시아
이십 년 전이랑 같네, 그때는 론리플래닛 차이나를 샀었지.
전반적인 흐름은 책으로 이해하고 세부적인 것은 블로그를 참고했다.
도대체 항공권을 어떻게 사는 것이며-나는 그동안 해외여행을 어떻게 다녔던가!-, 온라인 체크인은 무엇인지, 숙소는 어디가 적합할지, 유심인가 로밍인가, 트래블월렛 카드의 존재와 사용방법, 각종 앱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인터넷을 뒤져가며 익혔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쓰다 보면 익히겠지. 나는 결국엔 이런 낙천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그런 나를 팔짱 끼며 쳐다보는 내가 또 있다.
출국날이 다가올수록 무슨 걱정을 이렇게 해대는지,
아...... 내가 무슨 생각으로 해외에서 한 달을 산다고 했나, 공항까지는 어떻게 가나, 공항 주차장은 어떻게 사용하는가, 내 남편은 혼자 한 달 동안 심심하지나 않을까, 내가 아이들 잘 데리고 다닐 수 있을까, 밥은 뭘 해 먹어야 하나, 물은 뭘 사 먹어야 하나, 짐은 뭘 싸야 하나...... 쓸데없는 걱정들이 기차처럼 칙칙 거리며 눈 앞을 지나간다.
그럴 때마다
'나시르막은 맛있을까? 본토 카야토스트는 얼마나 맛있을까? 과일도 실컷 사 먹어야지'하면서 즐거운 생각을 하려고 해 본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아니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가보면 될 거야, 걱정말자'하면서 나를 달래 본다.
나는 이러고 있는데
나의 막내아들은 그곳에도 포켓몬 가오레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자기도 환전 좀 해달라고 한다.
확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