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여행자의 눈
오늘은 쿠알라룸푸르의 쉬는 날이다.
그런데 왜 쉬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들이 말레이시아는 지역마다 다른 공휴일이 있다고 말해준다. 좋은 나라구나.
하여간 쉬는 날이므로, 아들이 어학원을 안 간다는 이야기이다. 물갈이를 하는 둘째는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것 같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먹으면 신호가 오는 것 같아서, 밥 먹고 신호가 멈출 때 잠시 근처에 나갔다 오기로 했다. 밖에서 밥을 먹기 힘든 상황이라, 점심 저녁 장도 보아야 한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지하철 역 앞에서 토큰을 사고 지하철로 들어갔다. 지하철 표 사는 것도 우리 아들들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다. 말레이시아 지하철은 냉방이 왓따다. 뭐랄까, 한여름에 빙수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랄까. 무슬림은 한여름에도 히잡에 긴팔 긴바지를 입는다. 아마 그래서 냉방이 왓따인가 싶었다. 아니면 산유국이라서 그런가?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여서 그런지 지하철만 타도 세계사람이 다 탄 것 같다. 히잡에 긴팔 긴바지를 입은 사람, 차도르를 입은 아랍사람(내 추측),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나 같은 비무슬림, 인도 전통 옷을 입은 사람… 그리고 같은 히잡도 두르는 방식이 다르다. 목을 한번 감싸는 방식, 전체적으로 두르는 방식…… 이런 소소한 것 하나하나가 내 눈엔 그저 신기하다.
세 정거장을 지나 센트럴 마켓에 왔다. 1800년대부터 있던 곳이라던데, 기념품이나 마틱 제품 등을 판다. 물갈이하는 둘째는 열쇠고리를 하나 고르고 화색이 돈다. 신중한 첫째는 눈으로만 구경한다. 귀여운 아이들. 나는 마틱 체험을 하고 싶었는데 첫째는 관심이 전혀 없고, 둘째는 다음에 오자고 나를 달랜다. 그래, 다음에 형아 학원 가고 컨디션 좋을 때 오자. 하고 나온다. 다시 길을 거슬러 지하철을 탄다. 우리 첫째는 앞장서서 길을 알려준다.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온다. 점심은 죽과 라면이다. 둘째는 조금 회복이 되는지, 라면국물도 탐을 낸다.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틈만 나면 유튜브를 틀고 소파에 드러눕는 아들들을 보니, 내 마음이 종종거리기 시작한다. 수학하자. 딱 한 장씩만 풀자. 아이들 수학을 시키고 나는 눕는다. 아. 피곤하구나. 수학은 왜 이리 빨리 푸는 것인지...... 두 장 하라고 할 걸 그랬나.
죽을 먹어도 신호가 없는 것으로 보아 둘째 컨디션이 회복된 것 같아 벼르고 벼르던 수영장을 간다. 아주 신이 나셨다. 두 분께서.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 나는 선베드에 눕는다. 나른하고 편안하다. 첫째는 둘째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둘째는 형아가 자기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걸 아니꼬워하지만 지금은 형아를 따라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들 둘은 한 시간 동안 신나게 놀고 나는 편하게 누워 웃고 즐겼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수영장에 있는 걸 보니 신기하고도 평화롭다.
숙소에서 잠시 쉬고 저녁준비를 한다. 마트에서 사 온 닭고기를 넣은 카레다. 닭고기는 부드러웠지만 나는 속이 더부룩해서 조금만 먹었다. 저녁 먹고 잠시 옥상에 올랐다. 옥상 수영장에서 보는 타워 야경은 볼 때마다 멋지다. 다음 주에는 저 타워에 올라가 봐야겠다.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삼시세끼 밥 짓는 건 축복이다.
맛있다는 딤섬도, 아이스크림도, 탈리도 먹고 싶고, 야시장도 가고 싶지만.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다.
쫓기지 말자.
또 밤이 오고 아침이 온다.
이것 또한 축복이다.
"엄마, 여기 사람들은 친절해요. 잘 웃고요."
우리 첫째가 말한다. 그래. 엄마도 느낀다.
말레이시아에 온 지 4일 차인데, 벌써부터 말레이시아가 그립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가 이런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