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 엄마와 두 아들의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보기 시작
월요일 점심을 일찍 먹었다. 밥알이 까끌까끌했다. 반이나 남기고 서둘러 식당에서 일어나 차를 탔다. 남편과 나는 별다른 말 없이 자유로를 달렸고, 차는 인천으로 접어들어 이내 바다가 보이고 우리는 공항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수하물 맡기고 아들에게 환전을 해보라고 하고 로밍 확인을 하니, 할 일은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일뿐. 눈물이 날 것 같아. 같이 가자. 남편. 그때처럼, 아이 낳으러 수술실에 들어갈 때처럼 이제는 내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울컥한다. 남편과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입안이 또 까끌하다. 힘껏 안고 출국장으로 간다.
보안검사와 출국심사를 끝내고 나와 나의 두 아들은 면세점도 지나친 채 의자에 앉아 둘째의 선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이내 비행기를 탄다. 여섯 시간 반의 비행시간은 그리 지겹지도 그렇다고 빠르게 느껴지지도 않는 그런 시간이었다. 착륙을 하니 머리는 몽롱한데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이십여분을 걷고 버스를 타고 입국장에 도착한다. 간단한 입국 심사를 끝내고 수하물을 찾고 공항을 나온다. 드디어 말레이시아다.
한 시간여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다. 아이들을 먼저 씻기고 짐을 풀고 나도 씻으려고 보니, 어라? 이 화장실은 한쪽 벽이 통유리인데 유리를 가리는 블라인드에 틈이 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불을 끄고 씻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이 너무 보고 싶다. 겨우 두세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난다. 눈 뜨자마자 방을 바꿔달라고 연락을 하고 식기를 소독하고 즉석밥을 뜯어 김가루를 붓고 주먹밥을 만든다. 뭐라도 요기를 만들어야 한다. 후다닥 만들어 아이들 입에 넣으니 내 배가 부르다.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셋 밖에 없는 곳에서 아들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이토록 배부른 것인지 이리 또 깨닫는다.
정찰을 해보기로 했다. 동네 주변에 뭐가 있는지 돌아본다. 낮은 매우 덥다. 그늘은 시원하지만 햇빛이 머리 위에 내리면 헉헉 댄다. 게다가 길도 모르는 이 낯선 곳이라니!
블로그에서 보았던 맛집이라는 마담콴스를 찾아 주문을 하고 점심을 먹는다. 우리 아들들은 치킨 사태와 튀김만두(?), 만두가 들어간 국수를 시켰는데 아주 맛난다. 나는 나시르막에 도전하였다. 도전했으나 변명의 여지없이 졌다. 향신료 향은 아직 어렵다.
돌아오는 길.
장을 보느라 손은 무겁고 길은 낯설고 아들은 더워서 골이 나셨고 순간 멍해지는 정신을 붙들고 겨우 길을 찾아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다시 방을 언제 바꿔주는지 문의하고 이제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방을 바꾼다.
그 사이 낮에 보지 못한 장은 그랩으로 배달을 시켰다...... 숙소 로비까지만 배달을 해준다. 배달기사가 오는 시간에 로비로 내려갔지만 배달기사는 없고 전화가 온다. 헬로? 나도 헬로. 아임인더로비. 그는 다시 헬로?라고 하고 나도 헬로. 웃음이 난다. 영알못이 사는 21세기이다. 로비 밖에 오토바이를 보니 그 기사구나 싶어서 물건을 받아 얼른 방으로 온다. 영어보다 필요한 게 눈치다. 냉장고에 물과 음식을 채우니 배가 부르다. 오늘 먹은 것도 없이 여러 번 배가 부르다.
다시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빨래를 하고, 냄비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계란말이를 해서 저녁을 차린다. 정신없이 차리는 밥상은 쉽지 않지만, 이제 첫날인데 우리 식구 먹는 밥상이 왜 이리 그리운 건지…… 없는 식기에 겨우 밥상을 차리니 아들들은 정말 잘 먹는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이리 기쁘다니. 새삼 깨닫는다.
“아들아, 냄비밥도 괜찮지? 앞으로 냄비밥 할까?”
“엄마……선은 넘지 말고 밥솥을 사시죠.”
큰 아이의 말에 웃음보가 터진다. 여담으로 말레이시아의 계란은 싸고 맛있다. 소금만 넣어 만든 계란말이에 나도 홀딱 반할 정도였다.
하나하나가 새롭다.
새롭고도 낯설다.
객창감에 사로잡히다가 이렇게 살아내는 우리가 대견하다가 내일은 뭘 먹고 뭘 하나 싶다가도 내일은 내일이 하겠지 싶다.
오늘하루 잘 살았다. 영희야.
영희의 아들들아.
그리고 영희의 남편아.
사랑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