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트리마 까시

보고 듣고 먹고 즐기자.

by 영희

아침에 일어나니, 아. 피곤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피곤할 만도 하지. 뭔가 마음 한쪽은 긴장을 하고 있으니, 그래도 일어나자!

빵을 굽고, 계란프라이를 하고, 죽을 끓인다. 세탁기를 돌리면서……후다다다닥 아침을 먹고 큰 아이를 어학원에 데려다주고 숙소로 와서 빨래를 꺼내려고 보니, 세탁을 안 하고 건조를 해놨다. 하하. 에잇. 나중에 하자. 하고 둘째와 그랩을 타고 마이타운으로 간다. (그랩앱 처음해서 쫄았는데 세상편했다. 기사님 얼굴, 도착시간, 지도가 한 눈에 들어와서 안심이 되었다. 현금 필요없이 정해진 금액이 연동된 트레블월렛 카드에서 인출되는 것도 좋았다. 그랩비가 싼 편인데도 시간대에 따라서 정말 싸게 이용할 수도 있다.)


왜 마이타운으로 가느냐. 그 쇼핑몰에 있는 이케아에 가는 것도 아니고, 데카트론에 운동복을 사러 간 것도 아니고, 맛집을 찾아 나선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는 그곳에 포켓몬 가오레를 하러 갔다. 한국에서 포켓몬 가오레를 한 판 더 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말레이시아에 가서 하자고 한 것 때문이다. 개장시간부터 오락실을 찾아서 카드에 현금을 충전하고 포켓몬가오레를 세 판 한다. 아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귀여운 것. 나도 진짜 오랜만에 커피를 한 잔 한다. 잠 안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아. 맛있다. ZUS커피.

얼마만의 커피인가


다시 그랩을 타고 숙소로 온다. 그랩을 타고 창밖을 보니 말레이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가로수, 여기저기 펄럭이는 말레이시아와 국기와 쿠알라룸푸르 깃발, 필터를 씌운듯한 색감과 다채로운 건축물……이쁘다


금요일이라 일찍 수업이 끝나는 첫째를 만나서 1919 차이니즈 식당으로 간다. 잠깐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블로그를 보고 눈에 익혀둔 메뉴 두 개와 이름 보고 고른 메뉴 두 개를 주문한다. 가지튀김, 치킨, 볶음밥, 두부요리. 하나같이 맛있다. 물갈이로 집밥만 먹던 우리 셋은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그릇을 비워냈다. 최고다.

담백한 치킨, 보드라운 두부, 아, 맛있다!


숙소에서 잠시 정비를 하고 로열 셀랑고르 비지터 센터를 간다. 주석박물관이다. 주석 작품과 이곳의 역사, 그리고 주석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이름부터 딱딱한 곳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주석 만드는 과정이 무척 신기했고, 작품마다 엿보이는 섬세함에 놀랐다. 과연 로열이 붙을만하구나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큰 맥주잔

아들들은 여기에서 주석 그릇 만들기, 하드 노킹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동그란 주석에 이니셜을 새기고 나무망치로 두들겨 그릇을 만드는 체험이다. 한국 아이들은 우리 아들밖에 없어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선생님이 지도해 주었다. “세게, 잘했어, 천천히”라고 하시는데 정말 상냥하게 가르쳐주셨다. 나였으면 망치를 빼앗아들고 이렇게! 하면서 내가 다 해버렸을 것이다. 하하. 이렇게 배운다. 기다리는 자세를……즐겁게 체험을 하고 그랩을 타고 장을 봐서 숙소로 왔다.

두들겨주세요. 곧 접시가 됩니다.


보고 듣고 먹고 즐긴 하루다. 한 번 체험을 하니, 재미가 들려 다음 할 것을 찾아본다. 갑자기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가보고 싶은 곳이 계속 떠오른다.


피곤을 누른 채 인터넷을 누비고 있는데 첫째가 물이 안 나온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펌프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정비 중이라고 했다. 갑자기 몹시 피곤해진다. 아. 진작 씻을걸. 한 시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안 그러려고 하는데 계속 종종거리게 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들들은 씻어서. 그런 마음인데도 왜 물이 안 나오느냐고 묻는 아들에게 괜히 짜증을 낸다. 후…… 주석박물관에서 만난 상냥한 선생님이 생각난다. 아차……물이 안 나오는데 나는 왜 아들에게 화를 내는가. 얼마 안 있어 물이 나온다. 한참을 씻는데 이상하다. 샤워기 필터가 누레지다 못해 까매진다. 녹물이다. 필터야 좀 버텨다오 하며 대충 정리하고 나온다. 몸이 좀 가려운 건 기분 탓이겠지. 녹물 탓인가. 에잇. 모르겠다.


금요일 저녁이라 차량은 곳곳에 정체되어 있다. 주말이구나.

아들들이 잠든 후, 거실에 앉아 창밖을 본다.


영알못엄마는 그래도 짧은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잘 살고 있다. 첫째는 어학원 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있고, 둘째는 뜨리마 까시를 입에 달고 산다.


오늘 하루, 트리마 까시.

트리마 까시,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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