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나는 겨울잠 자는 곰처럼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
잠은 자도 자도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몰려온다.
꿈속에서는 몇 번이나 일어났지만
나는 아직 침대 속이다.
매우 나쁜 미세먼지가 지나가고
산은 초록색이다.
산에 가고 싶어졌다.
이렇게 계속 누워있었는데 산에 오를 수 있을까.
물통을 하나 들고 산에 오른다.
신록의 산.
새로 나온 잎들은 눈부시게 연둣빛이다.
연둣빛 잎이 자라고 분홍 꽃이 물든다.
호롱호롱 새소리와 귓가를 맴도는 벌레소리
조용한 산은 매우 바쁘다.
내 발걸음도 바쁘다. 기분 좋은 숨이 찬다.
별 거 아닌 것 같다.
아들의 중간고사 성적이 별로인 것도
남편이 요즘 말수가 줄어든 것도
잠이 많이 오는 나를 보는 것도
별일이 아닌 것 같다.
필요한 건 그저 웃는 것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응원하는 것
산에 오르는 것.
별 것도 아닌 일로 달달거리지 않는다.
조급한 마음을 잠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