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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Apr 12. 2024

꽃은 시들고 있어도 피고 있을 것이다.

꽃은 피고 있어도 시들고 있다.


모교에 갔다.

반짝이는 연두색 잎들과 키 큰 꽃나무, 라일락의 매력적인 향기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내 것이었던 캠퍼스 이곳저곳은

이제는 내 것이 아니었고

학관 식당도 이용할 수 없는 나는

그저 외부인일 뿐이었으나

그럼에도 오늘 나는

이천 년의 새내기보다 더 웃는다.


그 시절 아르바이트를 나눈 나의 동기는

우리 이제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라고 말했고


나는

우리, 성실하게 살아온 거야.

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추운 겨울 앙상한 가지만 보이던 나무는

이렇게나 멋지고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나무였다


멋지고 화려하고 향기로웠던 꽃나무는

앙상하지만 침묵 속에 겨울을 지내는 나무이다.

 

에곤실레의 메모가 생각난다.

꽃은 피고 있어도 시들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

꽃은 시들고 있어도 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앙상한 가지였다가

침묵 속에 머물렀다가

꽃이었다가

열매가 되었다가……


그렇게 나는 나로서 살아간다.

오늘은 나의 봄이다.


나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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