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맨날 맛 없는것만 먹어?
난 2년째 다이어트 중이다.
처음엔 무작정 날씬해지고 싶었다.
애 둘 낳은 아줌마가 이제와 날씬하고 이뻐져서 뭐 하겠냐마는
딱히, 뭐 할라고는 아니고
좀 더 나아 보이고 싶은 건 다 같은 마음 아닌가.
그리고 요즘, 아가씨 같은 아줌마가 너무 많다.
어떨 땐 위축되기도 하고..
무튼 자신감도 찾을 겸 그렇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식단과 운동을 하며 몸에 변화가 생기자 욕심이 생겼다.
이제는 더 건강해지고 싶고,
애들한테 예쁜 엄마이고 싶어 멈추지 않는 중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몸을 위해 생 야채와 닭가슴살을 먹고,
아이들에겐 7첩 반상을 낸다.
새콤 달콤 명이나물, 알이 꽉 찬 꽃게.
향긋한 봄나물과 신선한 한우.
후식으로 제철 과일도 빼먹지 않는다.
다이어트 초반,
아이들 저녁을 차릴 때면, 고문이 따로 없었다.
내가 자처해서 하는 식단이긴 한데,
새삼스러우리 만치 별것이 다 맛있어 보였다.
‘이거 잘 익었나?’ 하며 하나 집어먹고
‘간은 봐야 하잖아’ 라며 몇 개 집어 먹고.
그래서 엄마들이 살찌는 거다.
물론 아닌 엄마들이 더 많지만, 난 그랬다.
그리고 그 ‘아닌 엄마’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
“도대체 먹방을 왜 보는 거야? 한심하기 짝이 없네 ”했던 내가
밤마다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 했다.
‘아… 이래서 보는 거였어.
이거라도 안 보면 미칠 것 같아. ‘
참을 인 백번 새기며 2년을 버틴 지금은,
양배추가, 토마토가, 닭가슴살이
꽤 맛이 있게 느껴진다.
세상엔 참 다양한 맛의 닭가슴살이 있다.
다이어트 도시락도 어찌 그리 맛이 좋은지.
요리법은 날마다 새롭고,
어떤 맛일지 설레기까지 한다.
그런 내 식단이, 작은애 눈에 안쓰러웠나 보다.
“엄마! 엄마는 왜 맨날 맛없는 것만 먹어?
우리만 맛있는 거 주고?”
아니 무슨…
‘엄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도 아니고.
“아들아, 오해하지 마. 그런 희생정신이 아니야.
날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이러는 거야!”
작은애가 엄마를 걱정하는 그때, 큰애가 말을 꺼냈다.
“엄마! 여기 오이 하나만 나 먹어도 돼?”
얘는 증말.. 너무 한다.
“안돼! 종일 기다린 내 저녁인데 그걸 뺏어 먹겠다는 거야?”
“아, 하나만!”
“아 진짜, 넌 네 거 먹어~ 여기 맛있는 거 많이 해 줬잖아~”
“아 딱~ 한 개만 먹을게~나도 오이 좋아해~”
“아오 증말! 알았어. 딱 한 개만 먹어야 돼”
내 소중한 오이를 자꾸 뺏어먹는다.
“안돼! 누나, 그거 엄마 거잖아~”
우리 아들, 엄마 배곯을까 아주 한 걱정을 하며
반찬 하나를 집어 내 입 앞에 들이댔다.
“엄마! 아~ 해봐.”
“아니야, 난 내 거 먹을래.”
“아니야 엄마, 너무 말랐어. 얼른 먹어.”
그렇게 한 입 받아먹자, 아이 입가에 번지는 미소.
열 살 아들이 지 엄마를 챙긴다. 아주 그냥 대견하다.
그런 작은애가 어느 날, 어쩐 일로 내 접시를 탐냈다.
“나도, 엄마 밥처럼 먹을래.”
그날 내 접시엔 데리야끼 소스가 듬뿍 적셔진 훈제 닭가슴살과
키위, 블루베리 같은 과일이 담겨 있었다.
아이 눈엔 그게 무슨 특별식처럼 보였나 보다.
“왜? 이거 맛있어 보여? 사실 이거 맛없어”
내 소중한 접시를 사수하며, 치사한 엄마가 되었다.
너넨 더 맛있는 거 먹잖아.
오늘도 나는 토마토와 닭가슴살을 먹고, 아이는 또 말한다.
“엄마, 또 그거야? 맛없는 거 먹지 마.”
그 애정 어린 잔소리가, 따듯하다.
‘엄마, 한 개만 줘 ’
‘싫어’
‘엄마 이거 하나 먹어봐’
난 오늘을 또 버텼고,
어제보다 조금 더 건강해졌고,
오늘도 벌어지는 이 실랑이가 참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