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튀겨도 맛있대잖아
망치를 꺼내자 큰애 눈이 커졌다.
”엄마 이거 망치야? 왜? “
”응, 말 안 듣는 친구 혼내려고 “
어릴 적,
부모님의 맞벌이로 동생을 챙겨야 했던 나는
하교 후 다양한 간식을 시도해 봤더랬다.
소금 간도 안 한 맨 밀가루 부침이라던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란 볶음이라던지..
착한 내 동생은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하며,
누나가 만든 그 말도 안 되는 간식들을
참 맛있게도 먹어 주었다.
아이들과 요리를 할 때면 이따금 그때가 떠오른다.
어쩌면 함께 하는 요리의 시발점이 그때였을지도.
오늘은 돈까스 하는 날.
재료들을 꺼낼 때부터 아이들이 요란하다.
”아싸! 돈까스“
만드는 걸 기대하는 걸까, 먹는 걸 기다리는 걸까.
망치를 꺼내자 큰애 눈이 커졌다.
”엄마 이거 망치야? 왜? “
”응, 말 안 듣는 친구 혼내려고 “
”거짓말! 이거 뭔데? 주방에 망치가 왜 있는데 “
”고기 펴야지~“
”재밌겠다! 내가 해볼게 “
싫다.
고기 위에 남편을 포개두고
자비 없이 두드리는 그 찰나의 힐링을 뺏기기 싫은데
이미 망치는 아이손에 들려있다.
“세게 치면 찢어져. 살살해야 돼.”라고 했지만
역시.
망치를 내려 치자 고기도 터지고, 웃음도 터지고
나는 사방팔방 튀는 고깃 조각 찾아내느라 바쁘다.
“뭐야~ 누굴 생각하고 치는 거야? 엄마 아니야??”
“아니야! 내가 엄마를 왜 때려~”
너의 무자비함은 누구를 향한 것이니.
찢어지고 너덜거리는 고기에 밑간을 하고, 옷을 입힌다.
“앗! 소금 너무 많이 뿌렸네.”
“후추는 매운 거 아니야?”
“계란 안 했다! “
“순서 바뀌었어! 어떡해”
오합지졸의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얘들아~ 맛있게 부탁해~ “라는 내 말에
아이들은 소금을 더 뿌렸다.
짤 것 같은데... 어쩌나. 그래도 놔둬 본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빵가루를 꾹꾹 누르고, 모서리를 꼬집어
각자 나만의 돈까스에 표시를 했다.
“이건 내가 만든 거야!” 하고
완성된 작품을 내게 내밀면,
경력직답게 그 모양이 참으로 기특하다.
“맛이 있을까? 하나 먹어보자!”
맛보기로, 한 덩이를 튀겼다.
“언제 돼? 빨리, 빨리~“
바삭한 소리와 고소한 냄새에 발을 동동 구르던
햄스터 두 마리는,
갓 튀겨낸 돈까스 한 조각을 얻어내 오물거리며
일사불란하게 식탁을 세팅한다.
드디어 식탁에 나만의 돈까스가 올랐다.
내 것이 더 이쁘네, 네 것이 더 맛있네
이리저리 살펴가며 품평회도 잊지 않는다.
“엄청 맛있어! 다음엔 새우튀김 할까?”
“치즈돈가스도 해보자!”
서로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 보겠다는 약속 앞에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해 본다.
”아니! 엄마는 홍어 좋아하니까.
다음엔 홍어까스야!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잖아~!”
”싫어 싫어! “
눈을 질끈 감고, 손사래를 치는 아이들.
제 멋대로 모양에, 약간 짜기도 하지만
내가 만든 돈까스가 제일 맛있단다.
“그렇네! 우리 애들이 만든 게,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네~“
잘도 먹는다. 참 잘도 먹는다.
이쁘다 내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