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구구단

마흔이 넘어도, 엄마에게 떼쓰고 싶은걸

by 선지혜


구구단 책받침과, 회초리를 든 엄마

그 시절 단칸방의 그 밤이 생각난다.


작은아이가 숙제를 가져왔다.

두 자릿수 곱하기 수학문제.

한 장 짜리 숙제를 다 풀지 못하고

쩔쩔매며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처음엔 좀 하는가 싶더니 점점 눈빛이 흐려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 난 결국 터져버렸다.


“집중 좀 해! 정신 차려”라는 말이

‘너 이것밖에 안 돼?’라는 비수가 되어

아이 가슴에 꽂혔다.


북받치는 울음을 꾹꾹 삼킨다.


‘울고 싶어? ” 내가 묻자

아이는 터져버린 울음과 함께 말했다.


친구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몰라.

수업에 집중을 안 했나 봐, 난 멍청이인가 봐! “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며, 정말 서럽게 운다.

내 인내심이 이것밖에 안되었던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는데,

는 그 춤을 멈추게 했잖아.


아이를 자책하게 만든 나를 자책하며

속상해하는 아이를 달래고 차분히 말했다.


“후야! 너 이거 모르는 게 아니라

구구단을 아직 덜 외워서 그런 것 같아.

방식은 알고 있었잖아. 그치?


“ 응.”


“ 다른 친구들도,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고,

학원 다니면서 배워.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시 한번 차분히 해 보자.”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손으로 연필을 집어 든 아이.

끝까지 문제를 다 풀어내고서,

훌쩍이며 어깨를 들썩이는 아이에게 말했다.


“울고 싶은 만큼 울어. 다 울어내고 속상한 마음 다 털어내자!"


품에 안긴 아이가 꺼이꺼이 운다.

그런 아이를 한참을 말없이 다독였다.

그리고 내 마음도.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진정이 되는 듯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갖게 했다.

“ 엄마는 이제 밥 차릴게 마음이 진정되면 나와~ “




나도 나만의 시간을 주방에서 가져본다.

저녁을 차린다.

그러다 방안을 슬그머니 들여다봤다.


베개를 끌어안고 벽을 보며 생각에 잠긴 아이가

짠 하고, 안쓰럽고,

그 모습이 또 왜 이리 귀여운지.


넌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후야~! 고기 먹고 뇌에 단백질 보내자~” 아이를 불렀다.


저녁 먹는 내내 풀이 죽은 동생에게,

큰아이가 한마디를 건넸다.


“나도 사회 잘 몰라. 뭐라는지 도통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 그래서 학교 가고 배우는 거지.

몰라도 괜찮아!”


눈치 백 단 우리 장녀.

사춘기로 내 속을 뒤집을 때가 많아도,

이럴 땐 아주 기특하다 우리 장녀.



다음날 아침, 등교준비 중인 아이에게 물었다

“숙제는 챙겼어!? 눈물의 숙제를 했는데,

안 가져가면 억울하잖아~“


내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그날 또 가져온 숙제를 이번엔, 자신 있게 풀어냈고,

나는 다시, 아이가 춤을 추길 바라며 용기를 넣었다.


“어떻게 하루 만에 다 알게 됐어?? 우리 아들 최고야!”



자신감이 충전된 아이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진짜, 어제 고기 먹었더니 머리 좋아졌나 봐!! “


샤워하는 아이가 콧노래를 부른다.

나도 콧노래가 나온다.




그날 밤,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소주 한잔 기울이며,

'그때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묻고 싶고,

'난 아직도 철이 없나 봐' 한탄하고 싶은 마음.


그 시절, 구구단 책받침을 들고

울면서 외우던 날이 생각나더라며

투정을 부려봤다.

“어려워~ 쉽지 않아! 힘들어~”

마흔이 넘어도 엄마에게 떼쓰고 싶은걸.


”애들 키우는 거 산 넘어 산이다!

그래도 넌 잘 키우고 있어! 애쓴다. “


역시, 엄마밖에 없다.

아직도 날 이렇게 응원하며 다독여주는 내 엄마처럼


나도 그렇게 내 아이들에게 커다란 엄마가 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