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좌절은 여전히 낯설다
그래 좋아! 하고 싶은대로 해 봐!
“오늘은 늦게까지 게임하고 놀고 싶어.”
“그래, 놀아. 그런데 내일 아마 늦게 일어나겠지?
기다리던 토요일인데, 놀 시간 줄었다고 투덜대지 않기야.”
“하- 어떡하지… 안 되겠다. 아쉽지만 잘게.”
큰아이 네 살 시절, 8월 삼복더위에
최애 캐릭터 뽀로로 방한부츠를 신고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좋아. 신고 가. 예쁘네.”
원래도 땀이 많던 아이는 그날 발에 땀이 차 쉰내에
질렸고, 털부츠는 겨울에만 신기로 약속했다.
그 해 겨울엔 내복도 없이 한복을 입고 가겠다고
또 고집이었다.
“좋아. 입고가. 공주 같아 예쁘다”
하원하던 아이는 “너무 추웠어.” 라며 후회를 했고
그 후로 계절에 맞는 옷을 투정 없이 잘 입었다.
비도 오지 않는 날,
우산을 들고 가겠다기에 오케이 했고
귀찮은 우산을 들고 다니며 투정할 때도,
대신 들어주지 않았다.
저녁을 할 때면
재료 손질만 조금 거들던 작은아이가
오늘은 무슨 바람인지
직접 요리를 해보겠다고 나섰다.
메뉴는 아이가 좋아하는 두부강정.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설탕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고,
맛을 본 아이는 “맛있다!”며 박수를 쳤다.
두부를 튀길 때는
발판을 가스레인지 앞으로 끌어와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엄마! 기름이 튀면 어떡해?”
“그럼, 뜨겁겠지.”
“뜨거우면 어떡해?”
“참아야지 어쩌겠어. 많이 데이지 않게 조심해야 해~“
”엄마 조심해~“
“알겠어! 조심할게. 근데 요리가 갑자기 하고 싶어?”
“응! ”
“그래! 좋아! 혼자 라면은 끓여 먹을 줄 알아야지.”
“엄마, 만두도 튀겨서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
“오케이! 만두 추가요!”
노릇노릇 튀겨진 두부와 만두에
직접 소스를 붓게 하자,
작은 손으로 조심조심 소스를 버무리는 얼굴엔
기대가 가득했다.
“과연?!”
“과연!”
“오! 맛있어!!”
갑자기 아이가 주방을 나가 분주해졌다.
”엄마, 이거 어디다 치워? “
서둘러 식탁을 치우는 아이가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
시키지 않아도 그릇을 나르더니
엄지를 치켜들고 밥을 두 그릇이나 해치웠다.
마흔을 넘겨 아이가 둘이어도,
실패와 좌절은 여전히 낯설다.
언제나, 가능하면 아이들이 모든 걸 느껴보게 했다.
실패도, 좌절도 그렇게 연습하면,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덜 상처받고,
성취는 두 배로 닿게 되겠지.
그렇게
작은아이의 선택적 함구증도
큰아이의 사춘기 방황도
슬기롭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매일 아이들에게 하는 말.
쏟은 김에, 일단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