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잠에서 깼을까.
경칩이란다.
얼굴을 스치는 차디찬 바람에 괜스레 개구리가 걱정된다.
나는 운동화 한 켤레와 텀블러 하나를 챙겨 집을 나선다.
저녁 7시.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에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절기는 봄이라 말하지만
아직 여기까지는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
옷깃을 여미고 모자를 뒤집어쓴다.
나는 야채 장수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다.
동이 트면 눈을 뜨고 주방으로 향한다.
딸그락거리는 소리에 식구들이 하나둘 일어나
이리저리 엉켜가며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낮동안 들썩이던 가게가 조용해지면, 거울 속에 비친 흙투성이가 내 등을 다독여준다.
저녁 7시 그 골목에서 나는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헬스장 문을 열면
방향제 냄새가 흠뻑 밀려와 나를 감싼다.
익숙한 내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 안정의 냄새.
저기…
이 방향제 향이 뭔가요?
집에도 하나 놓고 싶어서요.
종일 수없이 야채 박스를 옮겼음에도
나는 또다시 20킬로짜리 기구를 기어코 붙잡고 있다.
발바닥이 붓도록 종일 뛰어다녔음에도
나는 지금 러닝머신 위에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어도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창밖의 불빛들이 유리창에 번져 춤을 추고
이어폰에서 흐르는 클래식에
내 마음도 조용히 춤을 춘다.
유리창에 낀 성에가 물이 되어 흐르고, 온몸에 땀이 흐른다.
그때, 고요한 나의 두 시간을 깨는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언제 와?”
개구리는 잠에서 깼을까?
계절을 글에 녹여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봄이라는 말을 적는 것이 아니라, 그 공기와 온도, 냄새를 문장 안에 담아보려 하니 여러 번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경칩이라는 절기를 떠올리며 바람과 공기, 그리고 일상의 장면들을 천천히 엮어보았습니다. 아직 많이 서툴지만 계절의 감각을 글로 옮겨보는 연습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