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여섯 살 먹도록 똥오줌 못 가리는 강아지가 있다. 행복이 이야기다.
강아지 배변훈련이라면 내가 참 할 말이 많다. 어떻게든 행복이를 교육시켜보려고 안 써본 방법이 없다. 정말 단 한 가지도 씨알이 먹히는 방법이 없었다. 참, 우리 행복이도 유일무이한(?) 캐릭터이긴 하다. 저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나 없는 사이 행복이가 현관 쪽에 심한 설사를 했다. 집에 도착했다. 어멍이 너무도 반가워 방방 뛰던 행복이가 설사 위에서 미끄러져 슬라이딩을 했다. 아하하하하하, 그 이후는 상상에 맡기겠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추억이다.
매일매일이 전쟁터 같던 저 시절, 어느 날부터인가 행복이가 똥오줌을 가리기 시작했다. 물론 백 프로는 아니고 한 70프로의 확률로. 70프로가 어디인가. 오호라 그래 우리 행복이가 그 똑똑하다는 리트리버는 맞는 게야 싶었다. 될 대로 되라의 심정으로 모든 걸 포기했을 때 일어난 기적이다. 마음을 비우니 이런 일도 생기는 건가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냐고? 문제는 '매트'를 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행복이는 고관절염을 앓고 있다. 미끄러운 장판은 치명적이다. 그 후부터 미끄럼 방지용 매트를 깔아놓았는데 행복이가 배변판과 매트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 행복이의 관절을 생각하면 매트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졸지에 똥오줌 못 가리는 바보 개가 되어버린 것이다.
바보 개라고 하면 행복이가 좀 억울해하려나. 엄밀하게 말하면 실외 배변이다. 단, 내가 올 때까지 참았다 볼일 보는 싸이와 다르게 행복이 사전에 마려운 걸 참는 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 강아지 출입문이 별도로 있긴 하지만(최근에 만들었음) 내가 없을 때 아이들끼리만 마당에 내보내는 건 여러 가지로 걸리는 점이 많아 쓰지 않고 있다. 나는 고양이 오줌 테러도 겪어본 사람이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고양이 오줌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강아지 똥오줌 치우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지라 어쩌다 한 번씩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거실에는 매트가 깔려 있어 그냥 바닥에 싸는 것보다 치우는 것이 많이 번거롭다. 문득 한 번씩 3~4번 오줌을 싸고, 똥도 싸고 아주 장판을 욕실로 끌고 가 씻어야 할 정도로 사고를 크게 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이 짜증이 폭발하는 날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날이었다. 가뜩이나 몸도 피곤한데, 난장판이 된 거실을 보니 화가 치민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참을 인자를 새겨보지만 뚜껑이 열린다. 행복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육두문자도 날려본다. 가끔씩은 머리도 쥐어박는다. 그. 런. 데 분도 채 풀리기도 전에 소리를 더 이상 지를 수가 없다. 왜냐고? 싸이 때문이다. 문득 돌아보면 싸이가 귀를 뒤로 바싹 붙인 채 완전 쫄아서 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정작 사고 친 애는 쥐어박혀도 똥꼬 발랄 아무 생각이 없는데 애먼 싸이가 험악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쫄아있는 것. 그런 싸이 모습을 보면, 나도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저 화를 꾹꾹 눌러 참는 수밖에.
언젠가 그런 적도 있다. 화를 꾹꾹 눌러가며 그날도 난장판이 된 집을 이제 겨우 다 치웠다.... 고 생각한 순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곳에 행복이 오줌이 떠억. 분노가 또다시 폭발, 행복이를 쥐 잡듯 잡았다. 시간이 지난 후, 싸이가 다 저녁때 밖에 나가겠다고 현관문에서 시위를 한다(보통 나가고 싶을 땐 현관 앞에 앉아 지긋이 날 바라본다). 이때 싸이에게 불똥이 튄다. '야 이 시키야~ 다 저녁에 어딜 또 나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을 이럴 때 쓰는 거겠지. 우리 싸이, 정말 억울할 거다.
우리 싸이는 참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다. 섬세하고 예민하다는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 같은 강아지다. 가끔씩 쫄아서 변기 뒤에 숨어 있거나,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는데 둔한 나는 도대체 왜 겁을 먹은 건지 이유를 모르겠는 때도 많다. 생각해보면 싸이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집에 온 어멍이 그저 반갑고 좋을 뿐인데, 아니 그냥 평소처럼 밖에 나가고 싶다고 의사표현을 한 건데, 이유도 없이 어멍이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화를 내니 말이다. 매번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쉽지 않다. 소리 지르고 욕한다고 행복이가 바보 개에서 똥오줌을 가리는 평범한 개(?)가 되는 것도 아닐 텐데. 괜히 힘쓰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한 놈은 너무 (오줌을) 참아서 병 날까 고민, 한 놈은 지나치게 (오줌을) 안 참아서 짜증 나서 고민. 참, 내가 싸복이 남매 덕에 고민 마를 날이 없다.
이래저래 싸이는 참 억울하다. 지킬 것을 지키는 바른생활 사나이 싸이는 억울한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