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성격이 똑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듯이 동물도 매한가지다. 강아지 혹은 고양이라는 종의 특성으로 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매 순간 느낀다.
뭉치는 웬만해서 '냐옹~'거리지 않았다. 조금 과장해서 뭉치의 냐옹 소리 듣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어쩌다 냐옹 거린대도 두 번도 아닌 딱 한번 '냐옹~' 할 뿐이었다. 듣기 힘들어서였는지 나는 뭉치의 저 '냐옹~' 소리가 미치도록 좋았다. 어떤 아름다운 음악 선율보다 더 내 귓가를 간질였다. 내게 고양이의 냐옹 소리는 이렇듯 아름다운 소리였건만, 최근 들어 그것은 소음으로 변질되었다. 하늘이는 뭉치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냐옹 거리기 때문이다. 수다스럽게 느껴질 만큼 냐옹 거리는 고양이가 있다는 말을 얼핏 들어본 것도 같은데, 우리 집 하늘이가 그런 냥이일 줄이야.
이래도 냐옹 저래도 냐옹, '야옹야옹' 빼면 시체라는 말이 딱 맞다. 조금 과장해서 잠잘 때만 빼고 계속 냐옹거린다. 밥 달라고 냐옹, 밥 먹고 나서도 냐옹, 안아달라 냐옹, 저리 가라 냐옹, 그저 나만 보면 냐옹거린다. 특히 내가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압권이다. 뭔 놈의 쪼깐한 고양이가 식탐은 그렇게 많은지, 내가 싱크대 앞에서만 서 있으면 뭘 좀 내놓아 보라고 시끄럽도록 냐옹거린다. 밥 줄 때까지. 아니 어떨 때는 밥 줘도 다시 와서 냐옹 거리는데 아주 귀 따가워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이다. 가끔씩은 입에 쟈크를 채우고 싶을 정도.
게다가 사람 먹는 음식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던 뭉치와는 달리, 하늘이는 내가 먹는 음식에 아주 관심이 많다. 계란말이, 전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간식거리인 빵, 떡, 과자에는 아주 환장을 한다. 내가 이런 음식을 먹을 때면 몹시 전투적으로 달려든다. 며칠 전에 소보로빵을 먹는데 별 수 없이 손에 빵을 들고 위로 높이 치켜든 채 먹어야만 했다. 팔을 타고 오르고, 입에 든 것을 빼먹을 기세로 달려드는데 아주 무서울 지경이었다. 애로사항은 이뿐 아니다. 특정한 반찬을 먹을 때는 뚜껑을 닫아놓은 채 먹을 때마다 뚜껑을 열고 먹어야 한다. 요리할 때는 음식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식사 때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엊그제는 하도 정신 사나워서 작은방에 가둬두고 밥을 먹는데, 꺼내 달라고 어찌나 시끄럽게 '냐옹'거리는지, 편안하게 식사하기는 이제 물 건너 간 모양새다.
안 그래도 싸복이 남매 덕에 편안히 소파에 누워 과자를 먹는 풍경 따위는 우리 집에선 사라진 지 오래다.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은 다들 공감할 거다. 음식은 오로지 식탁에서만 먹는 것이 원칙이다. 싸복이 남매와 뭉치가 함께였을 때 우리 집 식사시간은 평화로웠다. 싸복이 남매는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걸 먹고 있어도 결코 끙끙거리는 법이 없다. 게다가 포기와 체념도 빠르다. 싸이는 멀직이서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조용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고, 식탐 강한 행복이 조차도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액션이 식탁에 앉은 내 허벅지에 머리를 올리는 정도. 이러니 하늘이의 행동이 내게 너무 낯설 수밖에.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다리가 짧아 싱크대에는 올라오지 못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이제는 쓰레기통도 뒤지고 수채 구멍에서 음식을 주워 먹는 등 가히 점입가경이다.
하늘아~ 누가 보면 내가 굶기는 줄 알겠어.
사실 짜증이 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이런 모습조차도 너무 사랑스럽다. 때때로 밥 먹을 때 내 무릎에 앉아 음식 뺏어먹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참 귀엽다. 오늘 아침에도 내내 그러고 있다 마지막 남은 밥 한 숟가락을 재빠르게 물고 도망가는데 혼자서 빵 터지기도 했다. 수다쟁이 식탐 대마왕 하늘이 때문에 매일매일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녕 하늘이는 뭉치가 보내준 선물이 맞는 듯하다. 뭉치가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하늘이를 조종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늘이 너, 네 할 일은 어멍 정신 쏙 빼놓아서 나 때문에 슬퍼할 시간 없게 만드는 거야. 지금처럼만 계속해, 잘하고 있어.' 이렇게.
시끄럼쟁이 먹보 하늘이는 이렇게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나는 시끄럽다고 신경 쓰인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하늘이에게 서서히 길들여져 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크면 뭉치처럼 나름 고상하고 우아한 고양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직 내려놓진 않았는데, 아니 뭐, 이대로 시끄럽고 식탐 많은 어른 냥이로 자라도 뭐 별 수 없지 않겠는가. 내 팔자려니 해야지.
조금씩 자랄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하늘이는 과연 어떤 어른 냥이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