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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Dec 14. 2018

무릎 강아지로 다시 태어난 싸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강아지가 있다. 무릎 강아지와 'not'무릎 강아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반려견이라고 해서 다 사람 무릎에 올라앉는 걸 좋아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싸복이 남매와 함께 살기 전에 나는 대체적으로 반려견들은 다 동거인의 무릎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싸복이 남매와 함께하며 알았다. 세상에는 사람의 무릎을 좋아하지 않는 강아지들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대표적인 'not' 무릎 강아지인 싸복이 남매

아, 물론 몸집이 너무 거대해서 사람 무릎에 올라갈 수 없는, 아니 올라가면 큰일 나는 강아지(=행복이 같은 애들)도 있다. 무릎 강아지란 작은 몸집의 강아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작은 몸집의(6킬로) 싸이는 대표적인 'not'무릎 강아지다. 어멍의 무릎에 올라오는 일이 드물다. 그래도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는 어멍 무릎을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그 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싸이가 어멍의 무릎에 올라오는 때는 딱 하루에 한 순간뿐이다. 내가 집에 돌아간 직후, 어멍이 눈물 나도록 반가운 그때. 이때도 무릎에 절대 눕는 법은 없다. 늘 꼿꼿하게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어멍 무릎에 좀 누우면 허리 부러지는 줄 아는가 보다. 


어멍 무릎보다는 내 개방석이 좋다개~

나는 무릎 강아지와 함께 사는 이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강아지가 품을 하도 파고들어 무슨 일을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커서 무릎에 올라올 수 없는 강아지(=행복이)와 무릎에 올라오는 일이 딱 하루에 한 번뿐인 강아지(=싸이)와 살고 있는 나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애정에 굶주린 나는 가끔 싸이를 강제로 잡아 무릎에 앉혀놓기도 하는데 바로 도망가기 일쑤다. 행복이는 또한 어떠한가. 싸이보다도 작던 아기 때에도(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작은 때가 있었다) 어멍 무릎에 올라오는 일이 드물었다. 이래저래 나는 '무릎 강아지'가 고팠다. 그저 나는 싸복이 남매의 애정을 갈구하며, 싸이와는 달리 만만한(게을러 도망가지 않는) 행복이나 껴앉고 뒹굴거리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 


어멍 무릎에 올라가기엔 내가 쪼금 크고 무겁다개~

그.랬.던 우리 싸이가 확 바뀐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늘이 때문이다. 하늘이는 무릎 고양이다. 아직 아기여서인지 원래가 개냥이인 건지, 바닥이나 소파에 앉으면 바로 다가와 안긴다. 대체로 저녁시간에 어멍 무릎은 하늘이 차지인 셈. 아무 생각 없는(?) 행복이는 질투를 안 하는데, 질투쟁이 싸이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퇴근 직후 어멍 무릎에서 나와 꽁냥꽁냥 하고 있을 때에는 그 좋아하는 행복이가 다가와도 이를 보이면서 으르렁 거리는 게 우리 싸이다. 하늘이가 들어온 이후는 부쩍 질투가 심해져서 어멍 무릎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더욱 재미있는 건, 하늘이가 자꾸 주변에서 알짱거리면 무릎에 눕기까지 한다는 사실. 


밤에 잘 때도 꼭 어멍 곁에서 붙어 자는 개냥이 중의 최고의 개냥이 하늘이에요~

무릎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어멍 주변에서도 편하게 눕는 법은 별로 없었던 싸이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퍽 쏠쏠하다. 싸이가 내 무릎에 누울 수도 있다는 것을 하늘이 덕에 처음 알았다. 내 평생에 싸이의 '무릎 눕방'을 보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싸이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일까. 한 술 더 떠 가끔 하늘이가 먼저 올라와 있으면, 싸이가 그 틈새를 비집고 어멍 무릎에 올라올 때도 있다. 좁아터진 어멍 무릎이 요즈음 아주 인기만발이다. 내가 생각보다 몸이 넓지 않아(?) 두넘을 다 감당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아쉬울 뿐. 무거우면 어떠하고 다리가 쥐가 좀 나면 어떨쏘냐. 그저 어멍 무릎에 서로 오르겠다고 애쓰는 아이들이 모습이 예쁘고 또 예쁘다.


뭐니뭐니 해도 어멍무릎... 아니 푹신푹신한 배가 최고의 침대지 ㅎㅎ

싸이 입장에서 보면 하늘이가 눈엣가시 같을 것이다. 별안간 집 안에 치고 들어와 소중한 어멍 무릎을 차지하다니. 그래도 괴롭히지 않고 묵묵히 받아주는 싸이가 참 대견하다. 재밌는 건 눈치 없는 하늘이의 반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싸이를 깨물면서 같이 놀자고 달려드는데, 이럴 때 하늘이를 바라보는 싸이 표정은 '넌 도대체 개념이 있는 애니?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수틀리면 살짝 으르렁 거리기도 하는데 하늘이는 그래도 좋다고 똥꼬 발랄 계속해서 장난질을 친다. 그러다가 언제 싸이한테 한방 제대로 먹지 싶다. 


삼종 한 세트, 우리는 한 가족. 삼 남매의 모습이 이제 꽤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실 우리 행복이도 단지 너무 커서(?) 어멍 무릎에 오를 수 없을 뿐이지 애교가 하늘을 찌른다. 어멍 어깨, 배, 다리, 발 다양한 부위에 (무겁게) 머리 올리기, 자다 벌떡 깨서 어멍에게 (무섭게) 달려오기, 어멍 얼굴 침으로 (더럽게) 도배하기 등. 아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애교가 많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릎 냥이 하늘이와, 하늘이 덕에 무릎 강아지로 다시 태어난 싸이, 등치에 어울리지 않게 무한(?) 애교를 장착한 행복이 덕에 하루하루가 늘 즐겁다. 


소원을 이루었다. 나는 무릎 강아지 싸이와, 으뜸 개냥이 하늘이, 무한 애교 행복이와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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