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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에게 사생팬이 생겼습니다

by 달의 깃털

싸이에게 사생팬이 생겼습니다.

그 사생팬은 '하늘이'라 불리는 고양이입니다.


대체적으로 개와 고양이는 앙숙관계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니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공감이 간다. 개와 고양이는 많이 다르다. 성격과 취향이 완전히 다른 존재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다른 방식의 언어를 쓰는 두 남녀와 같다고나 할까.


KakaoTalk_20190527_150432064.jpg 너네 맨날...... 뭐 하는 거니?

강아지는 애정표현에 적극적이며 거침이 없다. 아침에 어멍이 일어나자마자 격렬하게 꼬리 치며 달려드는 싸이를 봐도 그렇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그 큰 머리를 들이밀며 지랄발광(?)을 하는 행복이를 봐도 그렇다. 고양이는 절대로 저렇게 야단법석 하게 애정을 표현하는 법이 없다. 밀당의 귀재다. 줄듯 말 듯 마음을 쉬이 주지 않으며 애간장을 태운다. 다가가면 도망가고, 포기하면 그때 다가오는 식이다. 고양이 최대의 애정표현은 은근슬쩍(한 30센티의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는 것이다. 나를 따라다니는 건지 아닌지 확신이 어렵다. 물론 경우에 따라, 사람 무릎을 좋아하거나, 사람에게 부비부비를 좋아하는 개냥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KakaoTalk_20190527_150428244.jpg 하늘이는 자라면서 개냥이에서 그냥 '고양이'로 진화했습니다 ㅎㅎ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을 때는 절대 먼저, 그것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서는 안된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섬세한 고양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바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대할 때 첫 번째 유의점, 절대 먼저 다가가지 말 것. 고양이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


KakaoTalk_20190527_150425472.jpg 나는 싸이 엉아가 좋다. 발꼬린내까지 조으다.

고양이처럼 예민한 동물이 있을까. 청각의 경우, 사람보다 뛰어난 강아지보다도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고양이에게 개 짖는 소리만큼 시끄러운 소리가 없을 것이다. 강아지의 '함께 놀아요~' 제스처는 또 어떤가. 보통의 개들이 함께 놀자고 달려드는 것은(때때로 싸우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몹시 격렬함) 고양이에게는 어쩌면 전투(?) 신청에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고 보면 강아지와 고양이가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지경이 된다.


KakaoTalk_20190527_150425878.jpg 나는, 싸이 엉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사생팬이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게 전개된다. 4개월령에 길에서 업어온 하늘이는 싸이의 광팬이다. 대개 싸이의 주변 1~2미터 안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아, 물론 고양이답게 자기만의 은신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대개는 싸이 주변을 좋아한다. 집에 내가 없는 시간에 웹캠으로 지켜보면 대개 셋이 나란히 누워서 자는 경우가 많다(거실이 이리 넓은데 셋이 꼭 붙어 자는 이유는 무얼까). 시시때때로 싸이 엉아를 핥아주고, 놀아달라고 깨물 깨물 하며 달려든다. 우리가 산책에서 돌아올 때면 언제나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싸복이 남매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아주 반가워 죽는다. 아, 물론 서운 케도 어멍은 뒷전이다. 이뿐 아니다. 싸복이 남매와 내가 마당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꾸만 구슬프게 울어재낀다. 마치 '싸이 엉아~ 어디 갔어요? 나만 두고?'라고 말하는 것처럼.


KakaoTalk_20190527_150423260.jpg 거실이 저리 넓은데 꼭 저 자리에서 셋이서 일렬로 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어멍 한눈에 보기 편하라고?)

재미있는 건 싸이의 반응이다. 딱 사생팬을 보는 아이돌 같다. 엄청 귀찮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막(?) 다루면 안 될 것 같은. 초기에는 하늘이가 놀자고 달려들면 개(?) 무시하기 일쑤였다. 꼭 '너는 도대체 누구니?' 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함께 산지 8개월이 다되어가는 지금은 그럭저럭 잘 놀아준다. 이 놀아주기의 결말은 지나치게 흥이 오른 싸이 때문에 놀란 하늘이가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것으로 매번 똑같이 진행되긴 하지만.


KakaoTalk_20190426_094126837.jpg 깨물고 핥고. 우주대스타를 향한 사생팬의 눈물겨운 몸부림이다.

싸이는 하늘이가 놀자 하면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기운 남아도는 아침나절에는 그럭저럭 잘 받아준다. 졸음이 쏟아지는 밤 시간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다가오기만 해도(아직 놀자고도 안 했다) 아주 잡아먹을 것처럼 아르릉 거린다. 저러다 한 번 물지 싶은데도(우리 싸이가 그렇게 격렬하게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대견하게도 아직까지 문 적은 없다. 사생팬답게 눈치코치는 '1'도 없는 우리 하늘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싸이 엉아만 쫓아다닌다. 아주 싸이 엉아 좋아 죽는다.


KakaoTalk_20190527_150428545.jpg 때때로 겁 없이 행복이에게도 들이댑니다.

싸이와 하늘이가 엎치락뒤치락 레슬링(?) 하는 모습이 참 좋다. 하늘이가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피골이 상접한 데다 설사를 너무 오랫동안 해 언제 무지개다리를 건널까 노심초사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어멍 무릎만 열심히 찾던 하늘이가 이젠 어멍은 쳐다보지도 않는 오리지널 냥이가 되었다. 간 쓸개 다 빼주던 개냥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퍽 도도하고 쌀쌀맞아졌는데, 이 와중에도 싸이 엉아에 대한 팬심(?)만은 깊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신비하다.


KakaoTalk_20190527_150436351.jpg 하늘이 만의 우주대스타 싸이와 그의 사생팬은 자는 모습마저 닮아가는군요.

앞으로도 딱 지금처럼만, 하늘이의 팬심이 영원했으면 한다. 우주대스타 싸이와 사생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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