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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Aug 30. 2019

사고뭉치 삼 남매를 고발합니다!

# 하나, 원조 사고뭉치 행복이를 고발합니다!!!


김치가 똑 떨어졌다. 모처럼 열무김치를 담갔다. 식탁 위에 김치통을 올려놓고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허걱, 사진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뭐, 안 봐도 딱 그림이 그려진다. 행복이가 그 큰 몸을 식탁 위에 올리고 곰발바닥을 능가하는(?) 발로 김치통을 끌어내렸겠지. 김치는 먹지도 않으면서 왜 욕심을 낸 건지. 멀쩡한 김치통이 박살 났음은 당연한 결과요, 김치 국물은 사방팔방 멀리까지 튀어 부엌이 개판 5분 전이 되었다. 정리하면서 욕을 한 바가지를 뱉어냈다. 행복이 시집살이 어언 8년 차다. 아, 느는 것 욕뿐이다.


부엌이 풍비박산이 났네요 ㅋㅋ 저어기 이불은 똥오줌 못 가리는 행복이를 위한 특대형 배변패드라고나 할까요 ㅋㅋ

어릴 적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살림살이를 초토화시켰던 사고뭉치견 행복이는 철이 든 후에도 가끔 한 번씩 저렇게 어멍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사고를 친다. 저 정도 사고는 사실 그간의 사건사고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똥오줌 못 가리는 것도 모자라 저렇게 사고를 치니 혼자 사는 데도 도대체가 심심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다. 덕분에 어멍은 부지런함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어쩐 건지.


어멍이 도대체 뭐라나? 어떻게 이 양말이나 좀 벗겨주시지.

# 두울, 싸이는 많이 다를 줄 알았다.


많은 분들이 우리 싸이를 말잘 듣고 똑똑한 모범견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여태 살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드물지만 가끔 한 번씩 사고를 치는데, 주로 대형사고다. 사고의 경중을 굳이 따져보면 규모면에서(?) 행복이보다 못할 것이 없으니, 왠지 오랫동안 속은 느낌이다.


자는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따로 없다. 저 모습에 속아 8년 동안이나 내가 착각 속에 산 것은 아닐까 ㅋㅋ

얼마 전에 거금을 들여 중문을 교체했다. 하늘이가 가출해서 6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후, 충격을 받아 큰 맘먹고 벌인 일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퇴근해 보니 중문이 저 꼬락서니가 나 있다. 범인은 바로 싸이. 어쩌다 한 번씩 뭐가 불만인지 지들만 집에 있는 시간에 중문을 열려고 사력을 다한다. 문이 잘 안 열리니 문 옆을 쥐어뜯은 모양이다. 가끔은 제법 무거운 샤워부스 유리문을 열어놓기도 한다(6킬로의 체격으로 얼마나 열심히, 공들여 문을 열었을까 싶다). 정녕 예상치 못했다. 새로 설치한 중문을 저 지경을 만들 줄은. 아.... 80만 원짜리인데......


중문을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태입니다. 음하하하하. 이럴 땐 웃어야 정신건강에 좋은 법입니다

# 세엣, 하늘이, 너도 만만치 않는구나!!!


그런데 싸복이 남매 못지않은 사고뭉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하늘이다. 4킬로도 안 되는 고양이가 사고를 쳐 봐야 뭐 대단한 사고를 치겠냐고. 아니 아니, 그것은 모르는 말씀. 얼마 전의 일이다. 날이 무더워 에어컨을 틀어놓고 출근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에어컨 앞이 물로 흥건하다. 조금 과장해서 거실이 물바다가 되었다. 아니, 이게 뭐지. 비가 샜나. 수도가 터졌나 싶었는데, 상황을 살펴보니 에어컨 냉각수가 빠져나가는 호스에서 물이 새고 있었던 것. 


너, 하늘이. 어멍은 너는 사고 안치는 얌전한 고양이인 줄 알았다. 역시 뭔가 속은 느낌이다.

산지 2년도 안 된 에어컨의 호스가 망가졌을 가능성은 몹시 낮을 것이다. 범인은 빼박 하늘이다. 에어컨 뒤쪽 구석에서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손톱으로 할퀸 건지, 이빨로 물어뜯은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호스에 구멍을 내놓았다. 기사님도 와서 보시고는 고양이의 소행(?) 일 가능성을 높게 보신다. 


내가 너희들 때문에 허리를 펼 날이 없다. 고맙다. 부지런한 어멍으로 만들어 줘서.

아, 싸복이 남매가 치는 사고도 감당하기 힘들 판인데, 이젠 하늘이까지 숟가락을 얻는다. 도대체 이놈의 집구석은 사건사고가 끊일 날 이 없다. 아아아아, 행복하다. 행복해서 나오는 비명이다.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 덕에 하루하루가 도저히 심심할 여유가 없다. 셋이서 번갈아가면서 사고를 쳐대니, 어멍의 하루하루는 참으로 스펙터클 버라이어티 하다. 


제 아무리 사고를 친대도,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볼 때면, 속 썩인 기억이 요상하게 지워진다. 신기한 일이다.

욕이라곤 아무것도 모르고(믿거나 말거나) 조신하기만 했던 어멍은 삼 남매와 햄 볶으며 어느덧 욕쟁이 아줌마가 다 되었다. 느는 건 주름살과 욕뿐이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신기한 건 그래도 행복하니 이 역시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가 부리는 '마법'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아... 행복하다. 뭔가 억울한 듯도 싶지만 이상하게 너무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사고뭉치 삼 남매야~ 사고는 얼마든지 쳐도 괜찮으니,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어멍이 미치도록 사랑한다~

억울한 마음에 여기 브런치에라도 얘들을 고발해 본다. 누가 얘들 좀 안 잡아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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