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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Dec 06. 2019

함께 여서 더 좋은 싸복이 남매,
그리고 우리

함께 여서 더 좋은 싸복이 남매, 그리고 우리.

나는 출근해서 일하는 동안 직장에서, 하루에 두 번씩 6층 계단을 두 바퀴 돈다. 


칼로리 소모도 할 겸, 나이 들어 자꾸 빠지는 근육을 어떻게라도 좀 만들어볼까 겸 해서 만든 습관이다. 6층 계단을 두 바퀴 도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 두 바퀴 째에는 숨이 차 죽을 것만 같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함께하는 짝꿍이 생겼다. 새로 들어온 직원과 여차 저차 해 제법 친해지게 되었고, 계단까지 함께 걷게 된 것이다. 


정말 요상한 일이다. 혼자 걸을 때는 딱 죽을 것 같이 힘들던 계단 걷기가 함께 걸으니 너무 쉽다. 둘이 얼굴을 마주 보고 종종 말한다. '우리 두 바퀴 다 돈 거 맞아요?'라고. 가끔 일이 생겨 혼자 걸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힘들다. 이전보다 훨씬 더. 똑같이 계단 두 바퀴가 맞는데 이게 무슨 신묘한 일이란 말인가. 둘이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면 그까지 거 계단(?)이 되는 마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행복이 개 껌딱지 싸이군. 날이 추워지니 다시 꿀 떨어지는 사이가 됐다.

계단 걷기를 통해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혼자인 게 좋아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싱글인 내가 저따위(?) 계단 걷기 때문에 '함께'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줄이야. 어릴 때, 아니 젊을 때는 그저 혼자서도 모든 걸 다 잘 해낼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나이 들어 조금씩, 혼자보다 둘이, 그리고 여럿이 함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다.


행복이 등은 '개 편한 베개'

'함께'의 의미를 계단 걷기를 통해서만 되돌아보게 되는 게 아니다. 매일 매 순간 싸복이 남매를 보면서도 느낀다. 안 그래도 애인 사이 방불케 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싸복이 남매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둘이 부쩍 붙어 있을 때가 많다. 대개는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행복이 곁에 싸이가 불쑥 다가가 어디 몸 한구석에 자기 몸을 밀착시키는 방식이다. 둘이 그렇게 어딘가를 맞대고 함께 있는 모습은 보아도 보아도 항상 따뜻하다. 


어찌나 편한 지, 잠이 온다. 잠이 온다......

생각해본다. 싸이한테 행복이가 없었다면, 행복이한테 싸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두 마리 함께가 아니었다면, 직장 다니면서 혼자 사는 내가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출근한 후 하루 종일 어멍을 기다리는 일이 전부인 싸복이 남매는, 둘이 '함께'여서 정말 다행 아닌가. 또한 내게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가 '함께'여서 참 다행이다. 잠들 땐 각각 뿔뿔이 흩어져 잠들었다가도, 자다 보면 결국 우리 넷이 한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자다가 한 번씩 깨서 아이들을 바라보면, 비몽사몽 와중에도 참 행복하다.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가 나와 '함께'라는 사실이.


싸이만 일방통행 애정인 것은 아니랍니다. 드물지만 가끔 행복이도 싸이를 저렇게 예뻐해 주기도 한답니다.

혼자 계단을 오를 땐, 걷고 싶을 때 후딱 걸으면 그만이었지만, 함께 계단을 걷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시간을 맞춰야 한다. 계단 걷기가 쉬워진 것 좋은데, 소소한 불편함이 생긴 셈이다.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와 함께하는 일상이 행복하지만, 행복함 만큼 불편한 것도 많은 것처럼. 반려동물들과 함께해서 생기는 불편함조차 행복함이 되는 것처럼, 앞으로는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함께하는 것의 불편함도 행복한 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함께'가 참 좋지 아니한가.


궁둥짝에라도 어떻게든 몸을 대고 본다. 오매불망 행복이 사랑 일편단심 싸이 군.

에필로그

오랫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몸이 안 좋았고, 건강하지 못한 몸을 따라 마음도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눈치 빠른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는 요즘 어찌나 조신 모드인지. 뒷마당의 길냥이들도 밥 주는 집사 아픈 걸 아는지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중이다. 궁금해하시거나 걱정하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새롭게 인사드리는 기분이다. 


삼 남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모두들 따뜻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싸복이 남매와 하늘이, 그리고 어멍과 길냥이들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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