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한 마당

by 달의 깃털

우리 집은 산 바로 아래 집이다.


집 근처에 나무가 많고, 당연히 새들도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를 채운다. 도시는기본적인 소음이 늘 존재한다. 자동차 소리, 사람들 소리, 기타 등등 분주한 소리들. 우리 동네는 좀 다르다. 차도 잘 들고 나지 않고 인적도 드물다. 주말에 TV도 라디오도 켜지 않고 오도 마니 앉아 있으면 새소리가 마당에 가득하다. 조금 지나면 밤마다 저 멀리서 개구리울음소리가 귓가를 달굴 테고, 여름이 되면 각양각색의 풀벌레 소리가 마당을 채울 거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어떠한가. 나는 자연에서 나는 소리들이 좋다. 그래서 마당 있는 집이 로망이었을 거다.


우리 집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도시의 새들과는 다르다. 도시에서 기껏 볼 수 있는 새들은 참새나 비둘기, 까치 정도일 것이다. 저 새는 뭐지? 싶은 이름도 생김새도 낯선 새들이 참 많다. 꿩도 몇 번 보았다. 수꿩, 암꿩 모두 다. 요즘 우리 집에는 물 까치떼가 터를 잡았다. 하도 눈에 자주 띄길래, 생김새를 기억해 놓았다가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많게는 3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텃새라고 하는데, 하늘색 날개와 꼬리가 너무 매력적이다. 대나무 숲을 좋아한다는 물 까치떼는 우리 집 뒤뜰의 대나무 숲에 자리를 잡은 게 분명하다. 뒤뜰이 새들의 지저귐과 푸드덕 거리는 날갯짓 소리로 가득 찼다.


출처flickr.jpg 까치보다는 크기가 조금 작고, 날개와 꼬리 부분이 하늘빛이다.

새들로 가득한 집에서 산다는 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뒤뜰은 새똥 천지가 되었다. 가끔 내 자동차에도 새똥 테러를 가한다. 이뿐 아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많다. 첫째, 새들의 시체를 수습해야 하는 일이 곧잘 생긴다. 마당에서 죽은 새를 발견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새를 묻어주는 것이 몹시 힘겨웠으나( 사체를 처리한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므로), 수시로 생기는 일이고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둘째, 우리 집은 벽난로가 있는데, 굴뚝으로 조그마한 새가 들어오는 일이 생긴다. 새가 들어오면 밖으로 내보내 줘야 하는데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한 번은 세탁기 뒤로 들어간 채 좀처럼 나오지 않아 실패한 일도 있다. 나 혼자 힘으로는 세탁기를 들 수 없으므로. 아마도 세탁기 뒤에서 숨을 거뒀으리라. 이마저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를 내보내는 노하우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두 번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난로 속에서 죽은 일이 있었다. 안타깝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KakaoTalk_20170515_110309515.jpg 뒤뜰의 대나무 숲, 여기가 바로 물까치들의 놀이터.

그런 일도 있었다. 한 번은 뒤뜰 길냥이 집 지붕에서 이상한 괴물체를 발견했다. 처음엔 뭔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새끼 새의 시체였던 것.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둥지에서 떨어진 것이다. 맨손으로 치우기 뭣해서 나중에 묻어줘야지 하고 며칠 후 가보았더니 흔적조차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길냥이 들이 먹어 치운 게 아닐까 추측한다. 뒤뜰에 길냥이 들이 많이 살고 있고, 가끔 새들의 머리나 깃털, 날개 같은 잔해가 흩어져 있는 걸 본적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길냥이들과의 전투의 흔적일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 집 뒤뜰은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는 정글인 셈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연을 가깝게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마당 있는 집이 가지는 최대의 매력 이리라. 집안이 새똥으로 가득 찬다 해도, 때때로 처참한 새들의 시체를 마주한다고 해도, 강아지들과 길냥이들과 새들과 두더지들과 벌레들과 그렇게 한 집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좋다. 일상에 파묻혀 기계처럼 살아가다가, 문득 마당을 쳐다보고 행복해지는 단 1분의 마법 같은 순간. 늘 들리는 새소리가 오늘따라 특별하게 아름답게 마음을 파고드는 찰나의 순간. 그런 순간들이 있어, 이 힘겨운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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