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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Oct 27. 2017

싸복이 남매가 손님을 대하는 자세

싸복이 남매는 집 안에서건 마당에서건 일단 인기척이 나면 짖고 본다. 


어쩌면 당연하다. 얘들은 강아지니까. 마당에 나와있을 때는 정도가 더 심하다. 집 밖으로 누가 지나갈라 치면 아주 잡아먹을 듯이 짖는다. 옆 집에 사람이 나와있으면 아주 죽어라고 짖어대서(들어갈 때까지, 특히 싸이가)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일 정도다. 하지만 일단, 사람들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 어멍과 각별한(?) 사이의 사람=친구가 들어왔을 때는. 짖기는 한다(차원이 다르다. 반가워서 짖는다. 특히 행복이가) 어멍과 함께 있을 때와는 격이 다른 꼬리 풍차 돌리기를 보여주며, 아주 좋아 죽어서 저기 복부로부터 끌어져 나오는 끙끙거림이 일품이다. 그 순간에 어멍은 투명인간이 된다. 이 세상에 손님과 싸복이 남매만 남는 것이다. 아, 나 밥 주는 사람인데.


싸이는 여자 사람을 더 좋아라 하고, 행복이는 남자 사람을 더 좋아라 하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싸복이 남매는 사람을 좋아한다. 단, 나와 거리가 있는 사람이거나, 잘 모르는 사람, 내가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경계한다. 사실 이웃을 보고 짖는 것도 내가 이웃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귀신같이 어멍의 '친구'들을 구분해 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는 것이다. 


나한테는 잘 안 안긴다. 참고로 둘은 오늘 처음 만났다.

어릴 때부터 싹이 남 달랐다. 아주 품에 포옥 안겨 있다. 원래 강아지가 저렇지 않냐고? 모르는 말씀. 싸이는 어멍 무릎에도 잘 올라오지 않는 도도하기 짝이 없는 강아지다. 내 무릎에 올라올 땐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어멍이 몹시 반가울 때 딱 그때뿐. 평소엔 억지로 올려놓아도 금방 내려가 버려서 어멍을 서운하게 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저 자세를 보라. 배신감 절정이다. 싸이야~ 밥 주고 수발드는 사람은 어멍이거든~


한때 싸복이 남매 전속 보모로 활동했던 나의 구 알바와 아주 화보를 찍고 있다.

어릴 때 행복이 또한 마찬가지. 뭐 행복이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사람'이면 다 좋은 강아지다. 가끔 상상한다. 강도가 들어와도 반갑다고 꼬리 치는 행복이를. 때로는 어멍과 '일반 사람'과 차이가 있나 싶어 서운할 정도. 아마 어멍 없어도 그저 '사람'만 있으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절친한 동생이 놀러 왔다. 어디 가서 이런 인기를 누려볼까 싶다.

행복이는 사람에게 치대는 걸 참 좋아한다. 사람 다리에 머리를 올리거나 가슴팍에 기대거나 어디 한 군데라도 붙이고 있길 좋아하는 아이. 반면 싸이는 치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요상하게 손님이 오면 저리 치댄다. 싸이야~ 평소에 어멍 하고도 좀 스킨십을 하자꾸나~ 어멍은 너와의 스킨십에 목이 마르는구나 ㅠㅠ


나도 저렇게 싸복이 남매에게 포위를 당해 보고 싶다.

꼼짝없이 싸복이 남매에게 둘러싸여 포위당한 나의 구 '싸복이 남매 전속 보모' 다. 행복이가 저렇게 머리를 기대고 있으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자다가 저려서 깨는 경우도 있다. 제법 무겁다. 무거워도 좋고 귀찮아도 좋으니 어멍한테도 저런 집착을 좀 보여다오. 얘들아~ 



졸업한 구 전속 보모가 놀러 왔어요. 오랜만에 본 보모가 너무 반가워서 어떻게 라도 서로 치대고 싶은가 봐요. 아주 함박 웃음꽃이 피었네요. 눈꼴셔 봐줄 수가 없어요. 얘들아~ 여기 어멍도 있다~ 어멍도 좀 봐주지 않으련~



요즈음 싸복이 남매 보모로 활약 중인 나의 아르바이트 생. 싸복이 남매가 좋아하는 엉아다. 엉아가 빵 좀 먹고 있는데 둘 다 아주 열심히 꼬리 풍차 돌리기 중이다. 어멍이 뭘 먹고 있을 때는 절대 저렇게 집중하지 않는데. '안돼' 한 마디면 포기가 빠른 아이들인데. 이상하게 손님이 오면 '창피스럽게도' 먹을 것에 집중을 한다.



엉아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아이스크림에 영혼이 팔린 건지, 엉아에게 영혼이 팔린 건지,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특히 행복이 좀 보라. 아, 부끄러움은 온전히 이 어멍의 몫이다.


얘들아~ 손님 접대가 훌륭한 건 좋은데, 어멍에게도 같은 대우를 좀 해다오~ 

어째 어멍의 애정은 일방통행인 것 같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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