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었다. 나는 결심한 대로, 뭉치가 밖에 나갈 수 있도록 창문을 개방했다.
고민에 또 고민을 했다. 뭉치에게 외출을 허락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러다 과감하게 결심했다. 뭉치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다른 수많은 걱정들은 뒤로 하고 단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지켜야 하는 당연한 원칙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 그것이 비록 그 대상에게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첫 번째, 뭉치가 집을 영영 나가버리면 어쩌지? 두 번째, 뭉치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2가지 큰 걱정을 뒤로한 채, 문을 개방한 지 어언 3주 차가 되어간다.
첫 번째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뭉치는 지난 4개월간의 감금생활(?)로 인해 우리 집을 자신의 집으로 완전히 받아들인 듯하다. 3주 동안 지켜본 결과 밥도 집에서 먹고, 쉴 때도 집에서, 잠도 꼭 집에서 잔다.(뒤뜰에 무한리필 고양이 사료가 있으므로 꼭 집밥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뭉치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새벽시간에 외출을 나간다. 한 3~4시쯤. 5시 30분쯤에 아침을 주는데 이때쯤은 집에 들어온다. 밥 먹고 잠시 쉬다가 출근할 때쯤은 대개 보이지 않는다. 대략 11시쯤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이후 달고 긴 낮잠을 잔다. 퇴근하면 그때까지 자고 있을 때도 있고,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이후 저녁 먹고 다시 잠시 외출. 일찍 들어오면 7시 30분쯤, 늦어도 9시를 넘기지 않고 들어와서 잠이 든다. 그 뒤로는 새벽까지 쭈욱 취침. 조금씩 달라지긴 해도 대체적으로 이런 패턴이다.
주말에는 도대체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지 유심히 지켜보기도 하는데 어디 멀리 가는 거 같지는 않고 대개는 집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긴 하다. 지난 주말에는 마당에서 오랜 시간 노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목에 매 준 스카프가 완전히 꼬질꼬질 해지고, 발바닥이 새까매진 채로 돌아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저 어디 가서 신나게 놀았나 보다 하고 추측할 뿐이다.
뭉치가 외출 냥이가 되면서 생긴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첫째, 이제 더 이상 집안에 오줌을 싸지 않는다. 고양이 화장실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간의 '오줌 테러'는 아마도 '밖으로 나가게 해 달라는' 무언의 시위가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뭉치가 훨씬 성격이 좋아졌다. 까칠함도 덜 해졌고, 밤중에 나를 괴롭히는 일도 없어졌다(밤마다 머리를 밟고 다니고, 꼭 머리에만 꾹꾹이를 하며ㅠㅠ, 때론 목에 턱 걸터앉아 자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참, 가지가지한다' 싶었는데, 이 역시도 일종의 시위였던 셈이다. 길냥이 시절의 생활이 불행했을 거라는 생각은 철저하게 나 중심의 시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뭉치는 바깥세상이 너무너무 좋다. 이 근방을 놀이터 삼아 지냈던 그 시절이 행복했던 거다. 뭉치는 어쩌면 태생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고양이 일는지도 모르겠다.
뭉치가 외출 냥이가 되면서 마음 한편이 편해지기도 했지만, 반면 새로운 근심과 불안이 생겼다. 이곳이 도시와는 다르다 하더라도 바깥세상이 뭉치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뭉치는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이상한 사람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쥐약 같은 걸 먹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집에 퇴근했을 때, 뭉치가 집에 없으면 들어올 때까지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9시가 다되도록 안 들어올 때는 특히 더 심란하고. 뭉치는 집에 들어올 때, 작은방에서 거실로 넘어오면서 나를 보고 아주 작게 '냐옹~' 하고 소리를 내는데(마치 인사하듯이),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어멍~ 나 집에 들왔어~'라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싸악~ 사라졌던, 길냥이 시절 나를 반갑게 맞아주던 바로 그 모습이다.
나의 선택에 옳았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어쩌면 누군가는 나를 비난할 수도 있겠다. 가장 두려운 건, 어쩌면 나는 뭉치를 잃고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온전하게 그 고통을 받아들이겠다는 심정으로 선택을 내렸다. 결과는 하느님만이 아시겠지. 이게 최선이라고, 잘한 일이라고 믿어보고 싶다.
뭉치야~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이 근처에서만 놀아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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