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멕시코 시티에서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하는 비행은 약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멕시코에서 호되게 당했던 난, 콜롬비아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콜롬비아에 도착하니 이때도 밤이었기에 한 번 더 공항노숙을 감행한다.
아침 동이 트고 얼마 후 바짝 긴장한 채로 공항을 빠져나온다.
일단 돈이 없었던 난 공항에서 숙소까지 찾아가는 걸 대중교통으로 가야 했다.
이제 더 이상 털릴 게 없었음에도 사주 경계를 아주 확실히 하고 다녔다.
얼마나 걱정됐냐면,
멕시코에서 이미 지도로 어떻게 공항에서 숙소를 가는지 다 외우고 온 상태였다.
그것도 모자라 가는 방법을 고장 난 핸드폰으로 캡처를 다 해 놓고 온 상태였다.
인터넷이 안 되니 이렇게 사전에 모든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다.
이렇게 준비를 했음에도 막상 공항을 빠져나오니 어떻게 가야 될지 몰랐다.
어긴 어디? 난 누구?...ㅠㅠ
5분 정도 한 곳에 서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여행객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는 방향에 내가 타야 할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역시!
하지만 한 가지 관문이 더 있었다. 바로 환승이었다.
콜롬비아도 스페인어를 쓰기 때문에 글자를 읽지도 못하고
말도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정된 장소에 정확히 내려
다른 버스를 갈아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보면 된다.
이럴 때는 역시나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 줄에 서 있던 콜롬비아인으로 추정되는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말을 못 하니 지도를 가리키며 이곳을 가고 싶다는 것을 표정과 손으로 표현했다.
그랬더니 내 말을 알아차렸는지 자기만 따라오라고 하는 듯했다.
다행히 그들과 행선지가 비슷했던 난 무사히 환승까지 할 수 있었다.
숙소가 근처에 있는 곳까지 아주 잘 찾아온 난 이제 숙소만 찾으면 됐다.
내가 갈 곳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한국인에게 꽤 유명한 '사이타 호스텔'이었다.
그곳은 골목 끝 쪽에 위치해 있으며 외관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2층집 숙소였다.
그래서 난 속으로 노란색, 노란색을 되뇌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숙소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어린 콜롬비아 애들이 나를 둘러싸더니 지들이 알려주겠다고 막 나섰다.
(사실 아무도 몰랐음...)
그렇게 몇몇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숙소 인근까지 갈 수 있었다.
골목에 서니 끝에 노란색 벽이 보였다!! 예쓰!!
그렇게 골목을 따라 쭉 걸어가니 누군가 숙소 앞에 앉아 있었다.
긴 머리에 안경을 쓰고 웃통은 벗어 재낀 것을 보아 그도 여행자인가 싶었다.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한량 및 히피스러웠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부랴부랴 담배를 끄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호스텔 주인 'John'이었다.
존과는 2주 동안 호스텔에서 지내며 정말 가까워졌고, 지금까지 내가 만난
모든 호스텔 주인 중에서 가장 착하고 가장 친절했으며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존은 나에게 숙소에서 생활하는 규칙 및 방을 설명해 주었다.
매일 아침 조식이 나왔고, 주방을 사용할 때는 John에게 이야기를 하고 사용해야 했다.
그 밖에 몇몇 규칙이 있었으니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것들이었다.
난 2층에 있는 4인실에 묵게 되었다. 숙소는 작은 편이었다.
4인실 1개와 2인실 2개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존이 운영하는 호스텔은 가족이 함께 하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그곳 말고 다른 곳에도 분점이 있었다.
비행을 막 끝내고 공항노숙 후 숙소까지 오느라 너무 긴장했는지 급격히 피곤해졌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간단히 짐을 풀고 잠에 들었다...
시끄러운 공사장 소리가 밖에서 들려와 몇 시간 자지 못하고 깼다.
주방으로 내려가니 남자 꼬맹이 한 명과 여자애 한 명이 식탁에 앉아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존의 조카들이었다.
배가 고파 멕시코에서 공수해 온 한국 컵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그리고 존의 조카들과 함께 보드 게임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콜롬비아에 도착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콜롬비아와는 느낌이 달랐다.
엄청 위험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은 친절하기만 했다.
아직까지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 걸까? 뭔가 마음이 편안했고, 또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호스텔의 분위기가 정겨웠고, 존의 친절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녁이 되니 한국인 누나 한 명과 남자 동생 한 명이 숙소로 들어왔다.
그들은 숙소에 머문 지 며칠 됐다고 했다.
저녁 식사는 두 사람과 함께 시장에 나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야시장이 크게 열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난 2주 동안 보고타에 머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남미 여행 중 보고타의 추억이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것도 그 사람들 덕분이다.
이제부터 나의 남미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드는 아직도 블락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궁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장 걱정이었던 숙박비는 존의 배려로 퇴실하는 날 한 번에 주기로 하였다.
사실 언제까지 머물지 몰랐기에 카드가 해결되면 떠나는 걸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
과연 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언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답답한 시간을 보내며 콜롬비아 보고타 첫 날밤은 그렇게 무탈히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