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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Jul 17. 2020

여행을 다녀와서 깨달은 것

누구나 한 번쯤은 배낭을 메고 속새를 떠나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한다.(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색다른 체험을 하며 이전에 알고 있던 나를 넘어 새로운 나를 발견하길 바랄 것이다. 여행은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지만 현실에 발목 잡혀 떠나지 못한다.(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또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떠날 사람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떠난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여행을 떠날까? 일상을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안정적인 삶을 벗어나 불안함을 감수하며 바다로 산으로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혹은 남들이 한 번쯤 가봤다고 할 만한 곳을 나도 가보고 싶다는 욕구와 욕망 때문에 우린 기꺼이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떠난다. 그중에도 장기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역시 여행을 통해 몰랐던 새로운 나를 찾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떠나려고 한다. 여행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도 있고,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나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하며 가장 많이 느낀 건 오늘은 뭘 먹지? 내일은 어디서 자지? 다음은 어디로 가지? 돈은 얼마나 남았지? 하는 것들이었다.

여행과 일상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사실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다. 집 밖을 나서면 그때부터 여행이 될 수 있다. 여행도 일상이 될 수 있다. 긴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여행이 일상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적응하는 것,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낯선 것도 잠시 일 뿐 며칠만 지나면 어느새 지도를 보지 않고 거리를 다닐 수 있게 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우리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일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행 또한 없을 것이다. 반복되고 재미없는 일상이지만 그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여행에서 우리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다시 돌아 올 곳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떠난다. 만약 돌아 올 곳이 없다면 그건 난민들일 것이다. 난민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여행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되돌아 올 일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여행보다 더 소중하고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끝이 존재하지만 일상은 죽는 순간 끝이 난다.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 할 수 있다는 것. 스스로 나의 삶에 책임을 다하는 것, 일상을 살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어쩌면 난 이런 일상이 싫어서 나를 찾는다는 핑계로 여행을 도구삼아 도망쳤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삶은 지속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도망을 쳐도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여행에서 나를 찾는 것은 일시적인 나 일 수도 있다. 일상에서 찾은 나는 지속되는 나이다. 하루라는 일상을 살아내는 힘. 그 하루를 견디는 모든 사람들이 난 진실로 존경스럽다.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멋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는 그대들이 훨씬 더 멋진 사람들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나의 몫을 다하는 것. 일상을 살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 일상에서 나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모든 것이 시시해 보였다. 갑갑한 콘크리트 안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노량진으로 몰려드는 친구들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때 느꼈던 마음은 '자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하기 싫지만 참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이다. 


여행을 다녀온 지 4년이 넘었다. 나는 현재 일상을 살고 있다. 더 이상 여행을 꿈꾸지 않게 되었다. 나의 몫을 다하기 위해 아침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뜨고,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는다. 써지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머리를 부여잡고 주말에는 편의점에서 밤을 새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생각했던 시시한 일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시시하고 재미없는 일상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만약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자유를 갈구하기 위해 현재를 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여행은 나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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