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피는데 마음이 살펴지는 것 같다.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낮에 맑게 깨어있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날씨 탓을 하기도 지겨운데 날씨 말고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비타민D부터 오메가 3까지 눈뜨면 배부르게 영양제를 먹고 있으니 부족할 비타민도 없을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창백하리만큼 하얀 사람이 많고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두운 피부색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몸속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햇빛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즉, 멜라닌이 가득한 흑인이 겪는 해가 없는 북유럽의 날씨는 백인이 겪는 것보다 고통스럽다. 그들은 회색계절이 되면 더욱 강렬하게 비타민 및 여러 요소의 결핍을 겪는다. 나도 독일인보다는 멜라닌이 많은 한국인이니 그들보다 좀 더 힘든 게 맞다. 칭얼대는 엄살이 아니다 이 말이다.
요즘 태어나서 처음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매우 가벼운 무릎 증상이지만 오래도록 지속되어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러너스 니(Runner's knee)'라고 했다. 흔하지만 원인이 수백 가지여서 딱히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잔잔하게 불편한 통증이다. 스트레칭이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니 물리치료사에게 여러 스트레칭 방법을 배우라는 의미로 물리치료 6회권을 끊어주었다. 개인적으로 독일에 약국만큼이나 많은 물리치료사가 있는 것 같다. 주변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물리치료사를 통해 큰 효과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너무 기대가 없었던 것일까? 매번 갈 때마다 30분씩 딱 시간 지켜 상담해 주고 설명해 주는 물리치료사가 꽤나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정형외과 의사는 나에게 고작 5분을 할애했는데 물리치료사는 나에게 30분 동안 내 상태에 대하여 질문하고 설명해 주었다. 물리치료라고 해서 마사지처럼 뚝딱뚝딱 내 몸을 끼워 맞춰줄 줄 알았는데 처음 3회는 상담만 했다. 내가 필요할만한 운동을 알려주고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지 짚어주었다. 누군가는 '이거 다 유튜브 찾아보면 나오는 거잖아요?'라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만족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유튜브로 찾아 직접 해볼 사람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첫회 상담을 받고 바로 스트레칭용 고무밴드를 샀다. 유튜브에서 수없이 봐도 직접 살 생각은 못해보던 것을 바로 구입한 것이다.
마흔이 넘어 처음 받아본 물리치료를 통해 몰랐던 내 몸을 살펴보고 있다. 나름 운동도 정기적으로 하기에 크게 살펴보지 않은 내 몸뚱이다. 여기저기 근육을 하나씩 써보는 동작을 하며 어디가 부족한지 찾아가는데 지금까지 내가 모르던 것이 너무 많았다. 척주의 관절이 선척적으로 약한 사람이었고 척추를 잘 지탱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근육을 더 많이 키워야 하는 몸이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몸을 살피는데 마음이 살펴지는 것 같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어다 보는 이 태도는 곧 내 감정을 되짚어 보는 일로 연결되었다. 몸이 가득 무거워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것이 과연 날씨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깊은 물길처럼,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물덩어리 같은 감정이 키워낸 무기력함을 날씨 탓으로만 돌리고 있었던 것 아닐까.
마침, 오늘 참여했던 아트 저널 명상에서 눈을 감고 심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했다. 내 심장은 철제 덩어리처럼 크게 느껴졌는데 너무 미약하게 뛰었다. 너무 무겁고 부피가 커서 스스로 박동하기도 어려운 것 같았다. 그렇다고 떼어낼 수는 없으니 따뜻하게 녹여 가볍고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싶었다. 경쾌하게 팡팡 뛰는 젊은 심장으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해가 나와야 한다. 햇살에 얼어붙은 땅이 녹아 대지가 따뜻해지고 공기 중에 온기가 있으면 뭐든 가능할 것 같다. 아, 올 겨울 눈이 많이 와서 예쁘긴 한데 특히 길고 어둡다. 이렇게 꽁꽁 언 세상에 봄이 와 꽃이 핀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