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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Jin Han Nov 01. 2020

지경을 넓히는 인내

"자, 15 더하기 1은 15 다음 숫자를 의미하는 거야. 그래서 1을 더한다는 것은 15 다음 숫자인 16이 돼. 그럼 16의 다음 숫자는 17이지. 그래서 16 더하기 1은 17이 되는 거야. 그리고 15에서 2를 더한다는 것은 15에서 두 번 다음다음 숫자이니까 17이겠지? 이해하겠어?"

 

나는 국제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는 아이에게 1센트, 5센트, 10센트 동전의 페니, 니클, 다임이라는 영어 단어를 가르치면서, 숙제를 봐주면서 산수를 가르쳤다. 덧셈이 있길래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름 애를 쓰며 설명한 최선이었다. 


이해했냐는 질문에 학생이 대답했다. "네!" 


"그래, 좋아 그럼 15센트에서 1센트를 더하면 얼마일까?"


학생이 약간 망설이면서 대답했다. "50?"


".................."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먼저 내 설명에 의구심이 들었고, 나는 어떻게 덧셈을 이해했는지 기억해보려 했지만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초등학교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 중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인내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나는 한글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나는 한글을 이해하면서 배웠다. 한글을 무조건 외는 방식이 내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 소리와 'ㄱ'의 기억 소리가 합쳐서 '약'하고 소리가 난다를 이해하면서 글자가와 소리가 조합되는 과정을 배우면서 한글을 깨쳤다. 


반면 동생은 모든 한글을 그냥 외웠다.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 내게 통하지 않는 걸 아는 어머니는 소리를 이해시키면서 한글을 가르쳐주셨다.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나를 가르치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실력 탓이 아니라, 내 눈높이에서 가르치는 방법을 모르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수학 실력은 어머니보다 뛰어났지만, 초등학생 학교 수학을 가르치신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내가 어떻게 설명하면 잘 이해하는지를 아셨고 아버지보다 인내심이 많으셨다.


인내는 사회생활에서도 중요했다. 위로는 상사에게 밑으로는 후배에게, 다양한 각도의 인내가 요구되었다. 그런데 그 인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인내는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하면서 최선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도록 한다. 그리고 인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인내는 보통 각종 어려움을 통해 자라난다. 그 어려움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감정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된다. 그렇게 다듬어지는 것이다. 뜨거운 불을 견뎌낸 흙만이 아름다운 도자기로 탄생되듯이 인내라는 수업은 우리를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릇이 되기 위한 훌륭한 과정이다. 


되돌아보면, 나는 인내심이 많은 듯하면서도 끝까지 인내하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 끝까지 인내하지 못해서 화를 내기도 했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것이 내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다. 적어도 그때는 내 선택과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참아야 한다거나, 버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인내할 때,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언행을 하지 않을 수 있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인내는 내가 지금껏 담아온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도록 큰 그릇으로 빚는다. 커지는 과정이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그 훈련은 우리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인내를 훈련받았다. 덕분에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화도 잘 나지 않고, 일희일비하는 일도 적어졌다. 단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동안, 감사하게도 어려운 일들을 겪었고 그것을 통해 인내를 배웠고, 인내하며 견디는 법도 배웠다. 만약 내게 인내를 키울 만한 사건들이 없더라면, 지금의 나는 지금보다 참 많이 미숙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 사람들에게, 그 상황들에게 고맙다. 


 


Dear J

많이 어려웠지? 다양한 환란 속에서 정말 가슴이 메이는 아픔도 알았을 것이고, 육체의 고통으로 때로 절망도 했을 것이고, 덕분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보기도 했을 텐데, 지금까지 잘 견뎌줘서 참 네가 자랑스럽다. 이젠 인내 가운데 낙망이 아닌 소망을 붙들기를 바란다. 인내를 통한 훈련이 너의 지경을 넓히고, 큰 품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킬 거니까. 너는 알고 있어. 너를 창조하신 분이 너를 향한 계획이 있고 사랑하기에, 너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걸 말이다.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그대로 있을 때 빛나지 않는단다. 깎이고 또 깎여 커팅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빛을 내지. 인내는 그 컷팅 수를 늘려가는 가장 좋은 무기란다. 인내하며 소망을 붙들렴. 누군가를 빛내는 사람으로서 아름답게 세워질 그날을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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