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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Jin Han Nov 01. 2020

말의 위력

고 2 때였다. 대형 단과 수학 강의를 듣던 나는 아직도 선생님의 말을 기억한다. 수학 선생님은 큰 칠판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수업은 미분적분인데 여러분이 기억할 게 있어요. 미분적분은 수학에서 가장 쉬운 챕터예요."


그때 200명 넘는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 중에서도 미분적분을 쉽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다르게 말했다. 미분적분은 쉽다고, 그러니 얼마나 쉬운지 잘 보라며 미적분 강의를 시작했다. 


그 말 덕분인지 문과였던 나는 미적분이 어렵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대로 가장 이해가 잘 되는 영역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의하는 풀이 방식을 필기를 하지 않고 강의에 집중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그 문제를 풀어보았고, 풀리지 않은 문제는 풀릴 때까지 답안지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오가는 버스 안에서 그 수학 문제를 생각하면서 다녔다. 덕분에 난 문과생이었음에도 수능에서 전국 1%의 수학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단 부작용이 있었다면, 수학에 관심을 쏟느라 영어에 대한 관심과 성적이 떨어졌을 뿐.


미적분이 쉽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말이 갖는 위력은 꽤 강력하다. 어떤 말에 사람의 생각을 가두고 그 말의 힘대로 상황을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말을 꾸준히 내뱉는 사람 옆에 있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부정적 말이 주는 힘 때문이다. 실제로 식물에게 매일 아름다운 말을 들려주었을 때 그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과학 실험 결과도 이를 증명한다.  

 

말이 갖는 힘이 큰 이유는 그 말에 동의하는 순간, 사람은 그대로 행동하거나 그대로 느끼기 때문이다. 한동안 헬조선이라는 말이 인터넷상에 꽤 돌아다녔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살기 좋은 나라다. 외국에 나가보면 안다. 최고의 의료기술과 저렴한 의료비, 최강의 IT 강국, 더할 나위 없이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 늦은 밤에 다녀도 상당히 안전한 나라, 4계절이 아름다운 곳 등 그 외에도 열거하려면 계속할 수 있다. 


물론 안 좋은 면도 있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라는 없다. 수많은 장점을 제쳐놓고 하나의 부정적인 사건에 매몰된다면, 그 어느 것도 감사할 것이 없다. 뜨거운 햇볕 아래, 주사 한 대를 못 맞아서 죽어가고, 깨끗한 물이 없어서 병에 걸리고, 교육을 받고 싶어도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기본 생존조차 어려운 나라들을 생각한다면, 헬이라는 수식어는 대한민국 앞에 결코 붙어서는 안 되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폭력은 육체적으로 타격을 가는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깊이 박히는 상처는 입에서 나온 폭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 입을 지켜야 한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일수록, 누군가를 가르치는 위치에 서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말의 프레임 안으로 상대를 가둘 수도 있고, 꺼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에서 나온 말은 누군가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기에 무엇보다 조심해야 할 것임을 잊지 않고, 복된 말이 가득한 아름다운 입술이 되기를 바란다.


 


Dear J

곰곰이 생각해 보렴. 네 마음을 어렵게 한 것이 육체가 겪은 아픔보다 말에 의한 상처가 더 오래갔다는 갔다는 사실을 말이야.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쉽게 잊고 자신이 생각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지. 그건 옳지 않아.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필터링 없이 모든 말을 내뱉는다면, 후회하게 돼. 말이 주는 상처가 깊다는 것은 그만큼 언어의 힘이 크다는 것을 말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중요해. 깨끗한 수도관을 통과할 때, 맑은 물이 나오듯이 생각과 마음을 아름다운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지. 진리가 아닌 부정적이고 시니컬한 말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단다. 그것이 너의 마음과 생각을 더럽히니까. 생각과 마음이 깨끗할 때 우리의 말도 따듯해 지니까, 너의 입술을 사람을 살리는 일에 사용되도록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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