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크랜베리
힘든 이별은
그만큼 사랑했다는
증거다


※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봤던 사람들은 공감할 이별의 기억을 글로 남겨봤습니다.


한때 내 전부였던 나의 사랑스러운 애증의 엑스. 이 아픔은 그만큼 진심을 다해 사랑한 증거일 테다. 나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그땐 왜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용서하고 싶었던지 사랑과 동시에 증오의 시간이 길었다.


몇 번이고 이별을 다짐했지만 너를 끊기 힘들었다. 내 기억 속 너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으니까. 너를 위한 일들을 하면 할수록 너에게 깊게 빠져들었다. 세기의 사랑이라 생각했다. 내 사랑은 오직 너, 너여야만 했다.


다칠걸 알면서도 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힘든 줄도 모르고 그렇게 사랑했다. 내 사랑은 그렇게 재가 되어 사라졌다. 끝이 난 자리에서 한동안 남아있던 사랑을 질질 끌던 난 그래도 너를 놓지 못하였다. 이별의 상처는 질고 지치고 질퍽거렸다. 사랑은 예쁘게 타올랐지만 이별은 초라했다. 나는 점점 작아졌다. 이별의 지독함은 나를 구질거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이제 난 너와의 추억들이 생각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소중했던 추억들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기억에 남는 것은 제일 좋아했던 커플 사진 한 장 속 우리의 모습이었다. 그것 말고는 남김없이 소멸했다. 있던 자리에서 더 머물던 나는 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끝이 보인다. 사랑한 시간만큼 이별의 시간이 있었고 그만큼 아파했다. 내게 남은 건 한때 누군가를 죽을 만큼 사랑했던 나다. 미안하게도 너의 자리는 없다. 이별 후 내겐 그저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한 젊은 시절의 내가 있었다. 이젠 너의 소식조차 궁금하지가 않다. 너는 내 마음에서 종말을 맞이한다. 너의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난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너와는 사뭇 다른 성향의 사람이다. 우린 같은 모양의 사랑의 상처를 지녔으며 사랑에 진지한 모습도 같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그 사람 앞에 서면 너와의 과거는 없던 걸로 하고 싶다. 하지만 너에게 진지했던 내 모습이 그 이에겐 안심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다행이다.


사랑에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던 내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거다.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던 기억이 그가 아닌 다른 사랑에 대한 궁금증을 없앴다. 한때 가장 사랑했던 엑스야, 내게 청춘의 뜨거움을 추억으로 남겨줘서 고맙다. 이젠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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