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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Dec 26. 2023

내 머릿속 폴더

공부는 머릿속 폴더를 정리하는 일

여러 신조어를 만든 현대 철학자 질 들뢰즈는 철학이란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쉽게 설명했다.


내가 매일 만나는 초, 중학생들은 초보 철학자들임에 틀림없다. 에바(정도를 지나친 행동으로 주로 숙제 양이 많다며 불평할 때), 싹고수(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을 존중과 강조할 때)란 말은 아이들이 만든 말이다.

이런 말속에서 아이들은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에 익숙하고, 어떤 강요에 대한 저항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크림과 치즈에 빠진 보리밥

구수한 보리밥을 우렁된장 대신에 생크림, 버터, 체다 치즈에 볶아 먹는 요리에 난 여전히 어색함을 느끼는 옛날 세대이다. 미식 스타일은 꽁보리밥 된장 정식 쪽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보리 리조또를 추구하는 나의 이중성은 철학에서 변명거리를 찾았다.

헤겔이 꽁보리밥이라면 질 들뢰즈의 철학은 리조또다.


헤겔은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진정한 학생'이라는 동일성에 아이들을 묶는 입시전문 선생님 스타일이고, 들뢰즈는 차이를 무시한 동일성은 폭력이라고 말하며, '결대로 자람'을 추구하는 키팅 선생님이다.

키팅 선생님은 영화 Dead poets society(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Carpe diem(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로빈 윌리암스가 세상을 떠날 때 그를 애도하는 팬들이 그를 O captain, my captain!이라고 부른 이유는,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는 길에 닿지 못해서일까.


어느 카페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 종이카드에 주전자 도장을 찍어주고, 작은 상자에 보관까지 해주는데 주인장의 멋과 배려가 반갑게 느껴진다.  


이 카페에서 김정운 교수 에디톨로지(86p, 21세기 북스)에서 카드 필기 노트 필기의 차이점이 떠올랐다.

노트필기를 하며 무엇이든 외우는 한국학생과 카드 필기를 하는 독일학생의 차이는 발표력과 논문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카드필기법은 카드에 중요 개념을 적고, 그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메타언어로 적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카드는 메모상자에 저장하고, 키워드별로 정리했다가 필요할 때 뽑아 활용하는 것이다.


필기를 끔찍해하는 나의 학생들에게는 컴퓨터 폴더로 정리할 수 있도록 알려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공부의 최종 목적은 머릿속에 주제별 폴더가 있고, 각 폴더에는 상세 정보와 메타언어가 적힌 카드가 키워드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다.

한국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면 정답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되는 습성이 있다.

오늘 몇 개의 정답을 맞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어있는 시간이 있는지, 그 시간에 콧노래가 나오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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