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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Jan 02. 2024

모든 게 귀찮은 너에게

귀하지 않다고 느낌

원어민 선생님이 '귀찮다'가 무슨 말인지 나에게 묻는다.

Gwi-chan-da에서 Gwi는 '귀하다'를 뜻하는 것이므로, '귀찮다'란 말은 무언가가 귀하지 않다고 느낄 때 주로 쓰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미공개 데뷔작 'Looking for Paradise'의 주인공은 고릴라 인형이다. 이 고릴라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채 되똥되똥 걷는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는 젊은 봉감독의 자아를 드러내고 있다고 봉테일의 동아리 선배가 밝힌 바 있다.

사실 이 영화광 청년은 중학생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꾸었다는 수상소감을 한 적 있는데, 고릴라 인형을 통해 그는 여전히 침잠해 있는 스무살 청년을 보여준다.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그의 연출법을 L'art du piksari(삑사리의 미학)이라고 소개한 적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번역되지 않고도 piksari로 소개되는 순간이 오는 이날을 그 젊은이는 예상했을까.


귀찮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들은 시간을 귀하게 생각하지 못하 그저 매사가 지루하다. 우리 모두가 봉준호 감독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엇을 싫어하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걸 구분해줄 어른이 필요하다면 내가 해야겠다.

공부 때문에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서 모든 게 다 귀찮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위해 게임을 공격해 보도록 하겠다.


하나. 게임의 전략과 이론에 대해 주 5회 50분씩 수업을 한다.

둘. 달성해야 할 점수를 정해주고, 하루 2시간 분량의 게임 숙제를 내준다.

셋. 시험을 보고, 목표 점수에 못미치면 재시험을 본다.

넷. 시험 결과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다섯. 꾸준히 게임을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한다.



공부는 본래 삶을 즐기는 기술을 알아가는 과정인데, 어쩌다가 공부가 이런 멸시를 받게 되었을까.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공부가 맛있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걸 골라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치사한 방법이지만 아이들에게 게임을 관리해 주기 시작했으니 곧 게임도 귀찮아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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