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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Jun 03. 2024

독해는 묵은지

가로 세로로 찢어 먹기

독해와 묵은지의 공통점은 손으로 세로 찢기와 가위로 가로 자르기를 하면 접근하기 수월해 진다는 거야.


시뻘건 국물에 잠겨 엎드려 있는 통묵은지는 쿰쿰한 내음까지 더해져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래 두 가지 방법을 따라 해보면 짜릿함을 느끼게 될 거야.

깨알 같은 알파벳 뭉치 같은 영어 독해지문도 통째로는 소화하기 어려울 거야. 문단을 자르고, 문장을 찢으면 독해가 서서히 편해지고,  나중에는 영어의 맛을 고스란히 느끼며 내용이 스며드는 경험을 하기도 해.


우선 뻣뻣한 묵은지를 세로로 찢어보자. 양손 엄지와 검지, 그리고 갓 지은 쌀밥이 필요해. 왼손의 손가락은 위로 힘을 주고,  다른 한쪽 손가락은 아래로 힘을 주고 찢으면 돼. 순식간에 가늘게 하늘거리는 두 가닥의 묵은지를 양손에 쥐게 되지. 도도했던 김치도 한 꺼풀 기운을 빼앗겨 하얀 밥숟가락 위에 똬리를 틀고 얌전히 쌀밥 속으로 스며들 거야.


이번에는 독해 지문을 세로 찢기를 해보는 거야. 주어와 동사는 엄지, 전치사구는 검지. 이렇게 찢고 나면 문장 속에 스며있던 준동사들이 잘 보이게 되는 거지.

The landing elevates / China's space power status / in a global rush to the moon, where countries including the United States are hoping / to exploit lunar minerals / to sustain long-term astronaut missions and moon bases /within the next decade. (출처 reuters)

이 세 가지 색깔들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없을 거야.


이번에는 독해 지문을 가로로 잘라 보자.

하나의 글은 paragraph가 모인 것이고, paragraph(단락, 문단)는 문장들이 모인 거야. 긴 영어 지문을 읽을 엄두가 안 나거나 글의 흐름이 안 보인다면 단락별로 잘라봐. 그러고 나서 중심문장을 찾아 밑줄을 그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건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훈련이니 낙담하지 마.  

우리가 김치를 처음 먹던 때가 기억나? 나의 첫 김치는 엄마가 가위로 자른 아주 작은여서 양념은 거의 지 않았을거야. 슴슴한 칼국수나 잔치국수에 올려 호로록 먹으며 짭쪼름한 맛에 조금씩 젖어든것 처럼 글 손의 중심 문장을 찾아 밑줄 긋기를 꾸준히 연습하면 돼.


어떻게 잘라먹어도 매력 있는 묵은지와 독해, 이제 맛있게 먹고 소화시켜 보자, 나의 성실한 꼴찌였던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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