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in Writing Studio

선빵

by 여슬

선빵을 날리는 인간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며 투덜대던 D는 어느새 작은 BAR를 차렸다. 양주병 대신 꼿꼿한 대나무가 수십 개 꼽힌 어묵 bar여서 J는 가끔씩 그곳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만년대리였던 D를 사장으로 만들어준 어묵꼬치와 초간장처럼 선빵의 법칙이 제법 D와 어우러졌다. 이제야 J는 선빵과 사냥감들의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어묵 꼬지를 눕혀놓으면서 하나씩 납득이 되어간다. 손님들이 몰려오자 그제야 연설을 마친 D는 천천히 먹고 있으라며 자리를 비웠고, J도 3만 원을 꼬지들 아래 묻은채 조용히 어묵바를 나와 편의점 쪽으로 걸었다.


편의점 냉장고를 마주 보고 음료를 고르던 J는 냉장고 안의 불빛이 전부 사라지고, 유리문에 비춘 뻣뻣한 양복에 덮힌 무말랭이가 보였다. 음료수를 꺼내려고 문손잡이 쪽으로 손을 뻗어도, 옷소매 안에서 힘없이 늘어진 팔을 들어 올릴 수조차 없다.


선빵이론을 너무 오랜 시간 들어서일까. 선빵을 날리는 사람과 얻어맞는 사람 말고도 무기력한 J 같은 인간도 있을 거란 말을 차마 D에게 하지 못하고 와서인지 힘이 빠진 걸까.

J는 불이 꺼져있는 상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세상의 사냥감이 되지 않으려고 용감하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 것 같았다.


연말이면 치르는 영어 작문과 회화시험공부를 위해 J는 카페 여러 군데를 다녀봤다. 너무 작은 카페보다는 적당한 사람들의 북적임이 있고, 담백한 빵을 파는 곳이 좋았다.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사발면을 먹고 올 수 있으면 더욱 완벽하다. J처럼 두 달 정도만 공부를 하는 평균적인 어른 학습자에게는 월단위의 학원보다는 약간의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는 욕심도 내본다. 어른에게 어쩌다 찾아오는 기말고사 같은 기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J는 직접 만들기로 한다.


공책을 비스듬하게 놓고 작가 사인을 받듯 대각선으로 Feel in Writing Studio라고 쓰고, J는 부동산 앱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