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주도 한번 가면 좋겠구나.

엄마와 함께 오기로 했던 제주, 혼자 오고야 말았다. 슬프도록 아름답다.

by 평생사춘기

작년부터 예약해둔 제주도 여행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오게 되었다. 혼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왜 이제와 왔나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성산일출봉에 오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가파른 길에 숨을 고르고 있자니 엄마 생각이 간절했다. 재작년 7월 엄마와 이모 그리고 이모 딸, 이렇게 넷이 순천 여행을 다녀와서는 엄마가 너무 좋았는지, 또 여행을 가자며 나를 재촉했다. '우리 제주도 한번 가면 좋겠구나.' 이미 잡아놓은 바쁜 일정들로 조금 선선해지면 10월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10월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했고 11월 1일 내 세상이 무너졌다.


아파트 6층, 우리 가족은 평생을 힘든 내색 없이 아주 쉽게 6층을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는 3층쯤에서 '너 먼저 올라가, 엄마 잠깐 쉬었다 갈게.' 했다. 그냥 나이가 드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30년 넘게 산 집이지만 이제 이사를 가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했다. 그 무심함이 평생의 한으로 남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넘겨버렸었다. 무슨 이유에서건 숨이 차오를 때면 엄마 생각부터 난다. 조금 더 건강하실 때 함께 왔었어야 하는 건데, 우리 엄마가 정말 좋아했을 곳인데... 혼자 올라와 아름다운 풍경과 노을을 바라고 있자니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몰려온다.




"엄마, 이번 주에 제주도 여행을 왔어. 엄마가 함께 오고 싶어 했던 곳에 혼자 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자니 매일매일 엄마 생각이 간절해. 가는 곳마다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소녀처럼 머리에 꽃도 꽂고 장난치면서 많이 웃었겠지.' 상상하고 또 상상을 해. 3월이라 유채꽃이 만발해서 온 세상이 노란색으로 가득하고 청보리밭이 너무 아름답게 펼쳐져 있네. 성산일출봉에 오르는 길이 힘들지만 너무 멋지더라. 우리 엄마 엄청 잘 걸어 다녀서 한 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같이 일출, 일몰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더 많이 함께 경험하고 나누었어야 하는데, 내가 많이 미안해. 내가 많이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거 알지?, 거기서 나 잘 지켜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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