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계절이 바뀔 즈음마다 온 집안을 들쑤셔 대청소를 하고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두곤 하셨다. 학교를 다녀오면 침대가 창가에서 반대쪽 벽으로 옮겨져 있었고, 작지만 새로운 물건들이 하나씩 장식되어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온 집안을 쓸고 닦고 가꾸며 우리들의 공간을 아끼고 사랑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내 방은 언제고 그대로였다.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은 먼지 쌓인 쓸쓸한 내 방, 그래 정리해야지.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방 정리를 시작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은 버리고, 따뜻한 나무색과 푸른색의 벽 장식들을 주문했다. 아직 정리가 덜 된 방 침대에 누워, 내 방 곳곳을 둘러보았다. 중학생 때였나, 엄마가 사준 핑크색 화장대가 아직도 있다. 엄마가 봄맞이로 사준 화사한 벚꽃 무늬 베개와 이불, 들꽃 무늬가 아름다운 커튼, 모자와 가방을 걸어둔 하얀 철제 벽걸이, 조립이 잘 안되어 삐그덕 거리는 사이드 테이블, 온통 엄마의 흔적들, 그리고 추억들이다.
하루는 엄마가 언니랑 IKEA에 다녀와서 검은색과 주황색 줄무늬로 핼러윈이 떠오르게 하는 침구 세트를 사 왔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선명한 색으로, 웃음이 터졌다. 좁은 방에 강렬한 형광 주황색이 눈을 아프게 해서, 이틀을 못 넘기고 장롱 속에 넣어두었었다.
엄마가 큰 심장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퇴원을 앞두고 아픈 몸이 걱정되어 공유가 광고하는 리모컨으로 허리도 올리고 발도 올리는 무빙 침대를 샀었다. 엄마는 일주일을 못 넘기고 바닥이 편하다며, 침대를 내 방으로 옮겼다.
"엄마, 엄마가 떠나고 처음으로 내 방 정리를 했어. 엄마가 동네 가구점에서 사준 큰 책장은 버리고, 옷들은 안방 옷장으로 옮겼어. 침대랑 화장대만 남겨두었더니, 내 방이 꽤 크더라. 그러곤 침대에 누워 방을 쭉 둘러보는데, 내 방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엄마였어. 계절마다 바꿔주던 커튼, 이제 1년 내내 하얀 들꽃 무늬 커튼이 엄마가 아팠던 그 계절을 떠올리게 해. 톰보이였던 나인데, 여자 아이라고 핑크색 화장대를 사주었었지. 그게 나 중학생 때였나? 20년이 넘게 아직도 쓰고 있을 줄이야. 침대는 다시 창가 밑으로 옮겨두었어. 아빠랑 둘이 옮기는데도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는데, 엄마는 어떻게 혼자 옮겼을까, 엄마도 참 대단해. 아, 그리고 아빠는 화 안 내고 차분히 잘 도와줬어. 아직도 성격이 좀 급하셔서 내가 말 꺼낸 그날 밤이 새벽 1시였는데도 당장 하자셔서 곤란하긴 했는데, 둘이 차분히 잘했어. 아침에 눈 떠보니 내놓은 짐들도 다 분리수거에 내놓으셨더라고. 덕분에 서둘러서 했지 뭐. 엄마가 있었으면 이것저것 상의하면서 즐겁게 같이 꾸몄을 텐데,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