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나를 듣는 시간

비긴어게인 : 나의 내면과 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회복의 시간

by 평생사춘기


'세계여행 스토리' 이 브런치 북에 거창한 이름을 지어두었다. 인생의 절반쯤을 살아온 내가, 나머지 절반을 위해 안정된 삶을 버리고, 과감히 '방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출근을 하고 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어느 순간 의욕과 패기가 사라지고, 무료함과 짜증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았다. 변화가 필요했고,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준비했던 세계여행은 코로나 19로 인해 떠날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의도치 않은 백수생활이 3개월에 접어들었다. 이 또한 앞으로의 삶을 위한 방황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실컷 잠을 자고 넷플릭스를 보고 뒹굴뒹굴하면서 보냈다. 휴식의 달콤함도 잠시,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잘한 선택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객관식으로 정해져 있던 정답이, 이제는 주관식으로 변해있었다.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 막막해졌다. 머리를 굴릴수록 복잡한 마음만 커져갔다.


조금씩 생활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억지로 부지런함을 끼워넣기 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눈을 뜨자마자 아침 명상을 하고 간단하게 요거트와 과일을 챙겨 먹는다. 커피 한잔을 내려 선물 받은 책을 읽는다. 동네를 산책하고 간단하게 운동을 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천천히 생각한다. 나의 내면을, 나의 몸을 관찰하고 아껴줄 시간이 생겼다. 몸이 건강해지고, 주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떠밀듯이 무엇을 새로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 꺼져버린 열정과 의욕이 스스로 살아나겠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나를 돌보는 일이다.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회복의 시간 -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되었지만, 우연히 마주한 지금의 시간이 매우 값지게 빛날리라 믿는다. 넌 그럴 자격이 있어,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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