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이제야 알게 된 업무의 의미, 수학과의 공통점
부서내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후임자를 정하는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좋은 후배가 후임으로 오기로 해서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있다. 10년간 쌓아온 일들을 다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 내가 한 업무가 과소 포장되어서 별거 안해왔네 라고 전달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되어서 후임자가 아무것도 몰라요 가 될 수도 있는 미묘함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인수인계 과정을 제대로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의 역사를 다 전달할 수는 없는데다가, 히스토리를 늘어 놓는 것이 흡수도 쉽지 않을 뿐더러 현재 업무에 대한 포커싱과 명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 같아서 적당히 생략하고 현재 있는 안건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조직 변경의 히스토리를 말하자면 고객향 조직에서 기능 조직에서 그리고 다시 고객향 조직으로 2~3년 주기로 변동이 되었는데, 각각 조직들의 의미를 얘기하다보면 현재 조직의 문제점이 많고 기존이 더 좋았다는 식의 하소연이라든지, 기존 리더들의 성향과 고객 대응 이슈까지 연결되어서 수다 삼매경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현재 상태의 의미와 개선 가능한 아이디어만으로 촛점을 맞추어 설명하기로 했다.
그동안 만들어 놓은 나의 템플릿을 설명할 때에는 데이터를 갖고 와서 연계해서 도출해 내는 그 과정을 실습을 겸해서 설명하기로 했다. 때로는 나만의 논리나 필요없는 복잡성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서 전달이 안되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 보면서 설명을 진행했다. 다행히 데이터를 단순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친구여서 자동화 시킬 부분이 없는지, 단순화하여 직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아이디어를 나누어 보기도 했다.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은, 그것의 accuracy가 비록 조금 낮고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스스로도 애정을 많이 갖고 있던 부분이고 계속 강화시키기를 바래마지 않는다.
내 업무에 대한 A부터 Z까지 인수인계를, 특히나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에게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도전적이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최적화시켜오며 단순화시키고, 변형시키고, 강약을 조절했던 일들을 Why라는 질문으로 맞닥뜨리게 되고 하나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다보니 원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걸 왜 하게 된거지? 왜 이런 식으로 하게 된거지? 각각 부문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거지? 이 연관성이 user들에게 설명이 되었나? 혹은 타부문 담당자와 연계성을 고민해보았나? 나의 리더에게는 충분히 어필했나? 라는 식으로 업무의 앞, 뒤, 위, 아래를 높은 시각에서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동 후에 반대의 상황이 되면 똑같이 이런 시각을 가져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시간을 두고 구현해봐야겠다는 노하우 또는 태도를 하나 습득했다.
딸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주며 이것도 인수인계와 일맥상통함에 놀랐다. Why? 문제를 정확히 읽어봐. 이 문제의 기본 원리가 뭐야? 원리로 돌아가서 한번 더 읽어보렴. 적용한 문제를 한번 풀어보렴. 이라는 생각의 틀이 업무를 새로 접하는 사람의 사고 체계와 비슷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수학이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한 문제 풀이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배움과 업무의 체계와 비슷하다는 점이 수학을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였었나보다. 아이들이 격렬히 공감해주면 좋겠으나, 이번 역시 엄마만의 깨달음이었던 것 같지만.
기존에 했었으면 좋았을 아이디어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까웠고, 아무리 인수인계를 잘 해도 이것밖에 안해줬어 라는 평을 듣는게 회사라 찝찝함이 없지 않지만 과감히 생각의 끈을 끊어버리기로 했다. 나는 한없이 가볍게 살기로 했으니 심각하지 않을테다. 인수인계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