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궤도를 유지하자

업무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

by 쉬는건 죽어서


우리의 미니멀 라이프 친구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인성의 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업무 형태와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어서 더욱 그럴 수 있는 것이겠지.


궤도를 도는 행성들은 모두 다른 구성요소로 이루어져서 각자의 속도로 돌고 있다. 태양 주위를 가장 빨리 도는 수성과 세번째로 도는 지구와 가장 먼 해왕성은 거리나 속도를 가지고 1,2등을 다투지 않고, 생명체가 얼마나 사는지, 햇볕이 얼마나 비추는지를 가지고 시기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 궤도가 길고 짧음으로 더 고단함을 탓하지도 않는다. 더 부지런히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해서 더 부지런히 살고 있다고 하지도 않는다. 태양 주위를 88일만에 도는 것이 365일만에 도는 지구보다, 그리고 165년에 걸쳐 도는 해왕성보다 더 힘들다, 쉽다 를 말할 수 있을까. 각기 그 존재에 의미가 있는 것을.

@GettyImageBank

고유의 궤도를 이해해주면 좋을텐데, 왜 우리는 그걸 못 하고 살까. 나만의 공전주기와 내가 갖고 있는 햇빛량, 산소량에 맞추어 나만의 행성을 만들어가면 되는데, 나보다 앞에 있는 행성이 햇빛을 더 많이 받아서, 뒤에 있는 행성이 더 늦게 도는게 한심하고 나보다 여유있는 것 같아서, 어떤 행성에는 여러 운석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만으로 이슈가 되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해서 ,, 여러가지 이유로 내 궤도에 만족을 못하게 된다. 결국 모든 불만은 내가 아닌 다른 행성과의 상대적인 비교 때문에 시작된다.



옮긴 부서는 각각이 담당하는 업무는 담당하는 제품과 고객사만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서로의 독립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대신 프로세스는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업무의 문제 상황이나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고 서로 협조가 가능한 것이다. 덕분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비슷한 업무 강도를 가지고 큰 마찰없이 본인만의 identity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전 부서는 모두 담당하는 업무가 달랐어서 개인사업자 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 내 업무만이 제일 어렵다고 느끼고 협조할 수 없는 구조였다.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옮긴 부서는 타 사에서 온 경력사원이 많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많은 팀이어서,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테이크아웃 해와서 자리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는 게 당연시되는 부서여서 반이 넘는 사람이 점심을 함께 하지 않았고, 업무시간에 노래를 부르거나 주식 얘기를 해도 크게 개의치않는 문화가 있다보니, 서로의 다름을 인정 (혹은 무관심일수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전 부서는 공무원 사회 같은 분위기여서 밥을 같이 먹는다든지, 회식에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했고, 서로 어떤 옷차림이나 행동을 하는지가 입에 오르내리는 부서였다.


업무의 성격과 조직문화의 차이에 따라 형성되는 관계의 독립성이 현재 이 부서의 Identity를 형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든 장단점은 있겠으나, 이전 부서의 단점에 질려있는 지금이라면 새로운 부서의 장점이 부각되어 보인다. 단점이 크게 보일 때 까지는 장점을 누려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니멀 라이프의 동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