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없는 라면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서 라면 끓이는 냄새가 나지 않은 것이 한 달 여가 되어가요. 오홋.
아이들 방학인데도 말입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장바구니를 채울 때 라면을 굳이 담지 않았던 의지는 있었어요. 동네 마트에 들를 때도 라면 코너 앞에서 잠깐 망설이기는 했어요. 그럼에도 잘 넘어왔습니다. 그렇게 라면 없는 방학이 되고 있어요. 그전까지 라면에는 방학이 없었거든요.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저녁 자습의 쉬는 시간이 되면 뭐든 먹을 것을 찾게 됩니다. 무료하기도 하고, 실제로 배도 고프고요. 그럴 때, 어디선가 라면, 주로 컵라면의 냄새가 나면 사실 참기 힘들죠. 그러한 호소를 들은 엄마들은 라면을 공급해 줄 수밖에요.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넣어줘야 했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라면을 갚아야 한다 했거든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달을 시키는 경우는 너무 대량이어서, 되도록이면 덜 자극적인 것으로 가져다주려 했어요. 물론 아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우동맛 누*면 같이 약간은 밍밍하고, 그나마 밀가루가 덜 들어간 제품을 또 굳이 찾아내는 엄마의 노력이 함께 했습니다.
아무거나 잘 먹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특정 브랜드를 애타게 원하는 녀석! 이 있어요. 울집 작은 아들입니다. '까르보나라 불닭 볶음면'이 처음 나왔을 때에요. "엄마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분홍색 용기로 된 불닭 볶음면 있거든요. 까르보나라. 나중에 챙겨주시면 안돼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엄중한 요청입니다. 이후로 한동안은 눈에 띌 때마다 샀던 것 같아요. 구하기 어려웠거든요. 꼭, 지금의 먹태깡처럼요. 예전의 허니버터칩 정도는 아니지만요. 저는 아직도 제대로 먹어보지 않은 그 자극적인 라면을 그리 좋아하더라고요.
하지만, 라면도 많이 먹으면 질릴만합니다. 방학이라 집에 오면 덜 찾은 것 같아요. 3학년이 되면 라면을 필수로 챙기진 않았습니다.
"엄마, 집에 라면 없어요?"
"라면? 글쎄, 하나 있나?" 찾는 척하는 엄마.
"없네! 먹고 싶어?"
"글쎄... 뭐..."
"그럼 사 올래? 사 오면 끓여줄게."
사 오기는 귀찮지요. 그렇게 넘어갑니다. 라면 없는 방학의 하루가 더해지지요.
그런데 가끔 정말, 진심으로 라면이 먹고 싶지 않나요? 흔한 말로 '라면이 땡긴다'고 합니다. 파 송송, 계란 탁! 에 가끔 콩나물도 넣고요. 김치도 넣어요. 말린 표고버섯도 넣어 봅니다. 이왕 먹는 것 '집라면'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거죠. 물론 레시피대로, 가장 기본적인 재료만 넣고 잘 끓이는 것이 라면의 정석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더 생각이 나거든요. (태풍을 뚫고 다녀와야 할까요?)
이제 일주일 남은 방학, 어쩌다 보니 라면 없는 방학이 되어가고 있음을 자각했으니, 노력은 해봐야겠습니다. 내심, 라면은 엄마의 비상 메뉴라 가장 위험한 대상이 엄마이긴 합니다. 집에 반찬도 없고, 갑자기 준비하기도 어려울 때, 이렇게 한 마디 하면 되거든요. "갑자기 라면 먹고 싶지 않냐?" 없던 마음도 생기게 하는 그 느낌을 알지요. 아마 눈이 반짝거릴 겁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라면 귀신, 작은 아이의 휴가입니다. 야밤에도 봉지라면에 수프를 털어 과자처럼 으득으득 씹어먹는 녀석이죠. 요즘 군에서는 라면을 가끔 먹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주말부터 고비이겠습니다.
그냥 사둘까?
장바구니를 열어보지만, 각자의 취향이 제각각이니 모두 준비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에잇. 그냥 사지말자!
그러고 보니, 주말에는 삼 형제가 모두 집에 있군요. 어이쿠... 극한 주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