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사미 울고 잔 날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by 부키

방학이 되어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온 우리 집 고3이, 고사미.

자야 하는 시간에 태블릿을 들고 어슬렁 대더니, 갑자기 실내 자전거를 타는 거예요.


"뭐 읽냐?"

"책"


'누가 책인지 몰라서 물었나. 생기부 독서록 마감이 코 앞인데, 한 권 올리려고 그러나?'


"무슨 책?"

"소설"


'그렇군, 웹소설? 웹소설 때문에 망한. 이야기해 줘야 하나? 하루만 봐줄까?'


그렇게 느릿느릿, 아기곰 한 마리가 자전거 타듯이 천천히 페달을 돌립니다.

운동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을 읽기 위한 보조 움직임인지 모르겠는 뒤태.


"엄마, 먼저 들어가 잔다. 적당히 읽고 들어가라"

적당히 운동하고 들어가라가 아니었어요. 확실한 행위의 주체는 책, 소설 읽고 싶은 고사미입니다.


다음날 일찍 아이를 깨우러 들어갔어요. 깨워 보니 얼굴이 부어있네요?


"나 어제 엄청 감동되어서 펑펑 울고 잤잖아."


반전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펑펑 울었다고? 어제 읽던 그 소설?'


"무슨 책이었는데?"

"일본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

"아~ 제목 긴 그 책? 엄마도 들어는 봤지.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감동이야?"

"펑펑 눈물이 나왔을 정도"


그랬나 봐요. 그렇게 감동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원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흔히 말하는 청춘 로맨스 장르에서 많은 인기를 받은 작품입니다. 감동적이라는 평을 본 것 같아요. 일본 소설 중, 감동적인 청춘 로맨스하면 <냉정과 열정사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비슷한 종류이지 않을까 하며 그냥 흘려보냈던 책이에요. <오늘 발, 세계에서...>는 주인공이 고2 학생들이라, 아마도 비슷한 또래의 감성이 더 작용했나 봐요.






주말까지 독서록 마감을 하고, 학교 생기부에 넣겠다고 정한 책을 책상 위에 잘 찾아 주었는데요. 그 책 더미는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엄마 마음에야 '저 책들을 읽으라고!' 수백 번도 더 외치고 있지요. 하지만, 감동적인 소설 한 편 읽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웃으며 잘했다 칭찬하며 넘어갑니다. "그 책도 독서록에 넣어! 좋잖아!" 절대 놓치치 않아요.


그리고 저도 궁금하여 밀리 책장에 넣어 놓은 그 책을 다시 확인합니다. 곧 읽어 볼 책을 모은 책장으로 옮겼어요. 펑펑 울어도 좋은 날 읽어보려고요. 소설은 읽지 않아도, 옆에 놓아두는 것만도 기대가 됩니다. 묘한 설렘이 있어요. 지금 저의 책상 한 켠에도 소설이 한 권 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빨리 읽을 수 없더라고요. 천천히 한 편씩 읽고 있는데, 반납일이 곧 다가옵니다. 예약이 되어 있어 반납연장도 안돼요. 살까? 고민하게 되지만, 사기로 결심하는 순간 읽지 않을 것이라 반납 전에 최대한 읽어보려고요.


이제 곧 비가 쏟아질 듯합니다.

큰 아이 방에서는 여지없이 알람이 울리고 있어요.

참, 단조롭고도 다채로운, 여전한 오늘 아침입니다.


https://brunch.co.kr/@heekang/81


알람 끄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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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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