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라이더, 해야만 하는 10가지 이유?

엄마! 그건 불안이지!

by 부키

요즘은 매일 밤, 대치동에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왕복을 하고 있어요. 밀리지 않는 시간에 데려다 놓고,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혹은 조금 더 일찍 도착하는 일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고3 엄마의 여름은 으레 그렇지요. 끝이 있는 일이니 이 지겨운 데려다주기도 할 만합니다.


밤 10시면 학원 수업을 종료하는 규정이 있는 동네라, 10시의 대치동은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입니다. 어제도 대치동을 빠져나오는 데 30분 이상이 결렸어요.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복잡도는 훨씬 상승합니다. 그 늦은 시간에도요. 역시 그러려니 하고 마음 편히 다닙니다.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어요.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엄마의 꼰대스러움이 발동합니다. 또는 수고로움을 티 내기 위한 엄마의 치사함?


"엄마가 왜 매번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지 알아?"


'감사함을 알아라.' 뭐 이런 의미를 담고 싶었겠죠. '그러니 열심히 해라.' 이런 강요도 함께요.


"뭔데요?" 아이의 시큰둥한 답입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하기 싫은 이유 100가지, 할 수 없는 이유 100가지를 생각하는데, 그와 함께 해야만 하는 이유 10가지도 함께 생각하거든. 해야 하는 10가지의 이유가 다른 200가지의 이유를 이기게 되는 거지." 말하고도 그럴듯하다 생각했어요. '이거 글감인데!' 이런 생각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는 뭔데요?"

"너무 더운 날 다니느라 체력이 약해질까 하는 마음, 더워서 오기 싫다고 학원 빼먹을까 하는 마음, 혹시나 길을 잘 못 들거나 버스 잘 못 내려서 헤맬까 하는 마음, 그러다가 괜히 길에서 시간 낭비할까 하는 마음, 뭐 그런 이유들이지? 10가지 채워봐?"


"아니, 그건 불안이지! 결국 엄마의 불안이네!"


허걱.

그랬습니다. 결국 엄마의 불안 때문이었어요. 갑자기 전세가 역전되었습니다. 아이를 위함이 아니라 엄마의 불안을 달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중요한 것을 엄마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또는 외면하고, 아이는 간파하고 있었어요. 구차한 변명이 이어집니다.


"야! 원래 불안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거야! 너도 그렇잖아!"

"내가 언제 뭐랬나?..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러니, 대치동 라이더의 의미는 그 본인에게 있습니다. 굳이 데려다주고, 굳이 데리러 가는 이유 10가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이도 알고 있을 거예요. 물론 엄마의 노고를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고 믿고 있지요.


"엄마, 내가 그냥 버스 타고 갈게요."

"너무 더운데?"

"엄마, 내가 그냥 버스 타고 올게요."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그 또래의 아이들은 밤거리를 쏘다니고 싶어 하지요. 엄마 없이요.

가끔은 알아차려 줘야겠습니다. 너무 덥지 않고, 비 안 오는 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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