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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초보자가 되자

성장감을 느끼기 위해

by 부키

번아웃 증후군을 겪지 않은 중년이 있을까?

40대를 지나 50대에 접어들면 자신의 분야에서 많으면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게 된다. 한 분야의 일을 그만큼 오래 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 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마음의 지혜>에서 번아웃은 한 가지 일만 할 때 오는 것이라 한다. 오로지 그 일만 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그렇다면, 중년의 나이에 번 아웃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번아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오래 일했다고만 생각했다. 이젠 그만둘 때가 된 것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럴만한 핑곗거리는 생기게 마련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이 마침, 변명으로 작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유지만, 비슷한 심정으로 자신의 업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내가 설정한 그 이유로 열심히 설명을 하지만, 사실은 번아웃 아니었을까?



성장감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일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지쳐간다는 신호다. 그때부터 일을 하는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내가 성장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재와 같은 오늘, 어제의 나와 같은 오늘의 나, 재미도 없고, 기대도 없는 시간이다. 그냥 일을 할 뿐이다. 내일도 그럴 거라 짐작하면서. 그리고, 이것은 사피엔스 인간의 욕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성장하지 못하면 퇴보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어디에서든 성장하는 나를 찾아야 한다.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성장의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일이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고, 인정받는 순환에 들어가면 일이 즐겁기도 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러한 순환의 주기가 점점 길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너무 길어지면, 나의 성장의 순환 고리가 멈추었다 생각하게 된다. 이럴 때는 다른 성장의 순환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초보자가 되는 것이다.

처음 배우는 분야가 있으면 된다.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면 좋다. 나의 업무와 상관없는, 취미 활동, 운동, 사회활동 등이다. 왕초보가 초보가 되는 시기가 가장 신이 난다. 성장의 단계도 빠르고 가파르다. 성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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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정리하다가 작년 가을에 그렸던 그림을 발견했다.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 느꼈을 대, 온라인 강좌로 신청하여 배우게 된 펜드로잉. 처음 선긋기부터 배우고, 단순한 도형을 그리며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나서 책의 사진과 스케치를 보고 그렸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구, 원기둥에서 시작하여 정물화, 도시 풍경 등을 그리게 될 때까지 아마도 나의 성장감은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물론 강의가 종료됨과 동시에 나도 펜을 놓았지만.


올 가을에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초보 작가로서, 매일은 아니어도, 거의 매일이라고 우기며, 열심히 쓰고 있다. 아직 나에게는 글 쓰는 것은 일이 아니다.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영역이다. 못 써도 되는, 나만 읽어도 되는, 놀이 같은 글을 쓰고 있다.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글감을 내 맘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성장을 느끼기에 가장 가성비 좋은 것이 공부다.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으로 순환 주기를 채우기에 역부족이다. 그저 조금 맛보기로 공부할 수 있는 분야는 지천에 널려 있고, 접근성도 매우 수월해졌다. 독서도 공부이고, 글쓰기도 공부이다. 명리 심리학도 공부하고 싶고, 인지 심리도 배우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식 공부도 하고, 부동산 공부도 한다. 어반 스케치도 배우고 싶고, 영상 편집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배운 것으로 일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85세까지 일해야 하는 인구구조 덕분이다.

어디에서 인턴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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