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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명절마다 두 번의 차례를 모시는 이유

그 이유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by 부키

그랬다.

20년의 세월 동안 명절이면 시댁의 차례를 모신다.

그녀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친정에서는 그 훨씬 이전부터 차례를 모셨기 때문이다.

그녀의 엄마는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의 차례를 30년 넘게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례를 모셔야 하는지, 제사를 지내야 하는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나 일과처럼 이루어지는 일이었기에.

굳이 모시지 않는 집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종교의 문제를 떠나서 지키려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남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그들의 부모가 너무 원통할까 봐.

이렇게 모시는 것으로 그들의 원통함을 알아준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래서 명절이면, 친정 엄마와 함께 나란히 차례 준비를 했었다.

전도 함께 부쳐 나누고, 나물도 함께 마련하여 나누는 것으로.

집안마다 다른 양식도 있다.

탕이나, 산적, 생선 등은 집안에 따라, 지역에 따라, 종류와 수량이 달랐다.

그렇게 다른 것은 각자 준비하면서,

각자의 차례를 준비했다.



그녀의 집에서 차례를 모시고,

끝나면 친정으로 가서 사위와 외손주들이 차례를 모시는 것이 오랜 절차처럼 이어져 온 것이다.

남자 형제 없는 딸의 노릇에 그러한 것은 당연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그녀의 엄마는 당부를 하셨다.

"내가 모시는 것으로 끝낼 거야,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그리고,

갑작스럽게 그때가 온 것이다.






차례와 제사를 모셔와 함께 지낸다.

명절이면, 두 번의 차례상을 준비한다.

탕도 다르고, 산적도 다르고, 올라가는 생선도 다르다.

병풍도 두 개, 제상도 두 개, 제기도 두 벌, 모든 것을 받아 와서,

두 집의 차례 준비를 하면서, 두 번의 차례를 모신다.



남편의 제사를 30년 넘게 지켜온 그녀 엄마의 삶이 너무 무거워 발길이 안 떨어질까 하여.

그래도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남아있을까 하여.

친정 부모님의 차례와 제사를 모신 지 이제 3년째다.






이번 추석 명절에 MZ 세대의 70퍼센트 이상이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이 비율은 늘어나긴 해도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차례를 지내는 세대는 우리가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이어오는 가풍이라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이 많다.



우선, 지금의 3040 세대는 너무 바쁘다.

예전에는 집안에 일 안 하는 며느리가 한 명은 있었다.

차례와 제사를 이어갈 실질적 명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일을 한다.

일이 아니어도, 더 바쁜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보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형식에 메이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기념한다.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우리 세대와는 다르다.

자연스럽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변화 속에서 지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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