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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따닥 딱 딱, 따닥 딱 딱, 엇박자 소리

가을 산책의 단상 01

by 부키
따닥 딱 딱, 따닥 딱 딱



어디에선가 엇박자 소리가 계속 들린다.

산책길에 나서서 계단을 내려가면서부터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점점 멀어지는 소리가 아닌 것을 보면, 나와의 거리가 유지되는 듯하다.

나와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서 나는 소리이다.



엇박자에 맞추어 발걸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왕이면 정박자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정박에 맞추어 걸어가는 것도 좋을 텐데 하는 생각.

깨갱발로 걸을 수도 없고,

기계에서 나는 정확한 리듬도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신경 쓰며 걷게 되는 소리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산책길의 굽어진 모퉁이를 돌아서니,

그 소리의 정체가 눈에 들어온다.




어르신들이 쓰레기를 주우면서 집게로 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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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게인가 보다.

손묵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집게로 박자를 맞추어야 하니.

헐거운 정도가 어르신의 힘만큼이면 충분한가 보다.



딱 딱 딱 딱,

정박이면 재미없겠다.



따닥 딱 딱,

엇박이어야 보다 자연스럽게

손목과 손가락이 움직일 듯하다.



노래라도 듣고 계신가.

아님 노래를 부르고 계신가,



매일 아침 이른 시간이면

몇몇의 노인분들이 공원의 쓰레기를 줍고 계신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의 하나이다.



함께 모여

걷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간식도 먹고,

공원도 깨끗하게 하고,

돈도 벌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해주신 것이 기억난다.



그 어르신들이었다.



어르신들의 등 뒤에 내려앉는 아침 햇살이 다정하다.

나도 다정한 인사를 남기고 빠르게 지나친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따닥 딱 딱,

따닥 딱 딱,



멀어지는 소리가 이젠 친근하다.

가을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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