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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너, 핑크였어?

가을 산책의 단상 02

by 부키

공원에 들어서는 데,

묵은 냄새가 난다.

평소에 나던 냄새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낯선 냄새.



흙냄새도 아니고,

풀냄새도 아니다.



여러 가지가 섞인듯한 냄새,

무거우면서 묵은 냄새.



갈대를 베어내면서 나는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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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공원에

올망졸망한 것이 심기기 시작했다.

그 수가 더하더니,

갈대를 베는 모양이다.


베어지는 갈대에서 나는 냄새,

쌓아 놓은 더미에서 나는

묵은 냄새였나.



그렇게 올망졸망한 것들이

늘어나 있었다.


근데 웬걸?



너 핑크였어?

핑크뮬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구글렌즈를 이용해 들여다보니.

댑싸리라고 한다.

싸리비를 만드는 그 비슷한 것 아닐까?



게 중에 핑크로 물드는 것을

이렇게나 많이 심기 시작한다.

온통 핑크가 되면 예쁘긴 하겠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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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사람들이 밋밋한 느낌을

선호하지 않는다.

두드러지지 않는 밋밋한 갈대보다.

쩅한 느낌을 주는 핑크 댑싸리를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댑싸리는 일년초라고 한다.

내년에도 댑싸리를 보게 된다면,

그건 자연발아되어 자란 것들이다.

부디 그리 되기를 바란다.

건조한 땅에 잘 적응하여

내년에도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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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쨍한 파란빛,

가을하늘이다.

가을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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