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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_리처드 도킨스

생존기계 vs meme

by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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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선언을 통해 지금까지의 논의를 매듭짓기로 하자. 이는 이기적 유전자/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생명관의 전체에 대한 요약이다. 나는 이것이 우주의 어떤 장소에 있는 생물에게도 적용되는 생명관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이다. ⠀⠀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집 책장에 <이기적 유전자>가 꽂혀 있었어요.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필독서였기 때문입니다. OOO 필독서 50선에 들어가는, OOO 학생들의 리스트의 상위 리스트에 들어가는 그런 종류의 책입니다. 특히나, 이공계열의 진로를 갖는 학생이라면, 생기부의 독서칸에 단골로 등장하는 책이지요. 우리 집 다섯 명의 구성원 중, 네 번째로 이 책을 손에 들었어요. 제 책상 위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를 쳐다본 우리 집 녀석들이 '그냥 웃지요.'의 표정으로 지나가더라고요.



한 번은 읽어 봐야지. 마음은 있었지요. 워낙 유명한 필독서 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그리 강조를 했으니, 이젠 엄마도 읽을 차례가 되긴 했어요. 마침, 함께 읽는 분들이 계셔서 '겨우' 완독을 했습니다. 모두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끝까지 읽기를 잘했다는 것'이에요. 마지막 몇 개의 챕터가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내면서 잘 전달되었다 생각합니다.



처음 읽으면서는 많이 혼동스러웠어요. '그래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거야? 아님, 이타적이라는 거야?', '이기적 유전자지만 개체는 이타적일 수 있다?' 등등. 책에 나오는 많은 종의 예시도 흥미롭고요. 답을 찾아 가게 하는 작가의 전개도 좋았습니다. 다만, 생물 잊은 지 오래된 사람으로 읽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완독을 하고 정리하면서, 비로소 이 책의 가치를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읽고 나서 느낀 점은?" ⠀

"기억이 안 나요. 20장 읽다가 만 것 같은데..."⠀

생물 싫어라 하는 막내의 솔직한 답변. ⠀


그래서 전공생인 큰 녀석에게 물어봤지요. ⠀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

"읽은 지 오래되긴 했구나? 하나 빠진 것 있잖아! 인간이 인간이게 한 것. 밈! meme!"⠀



우리가 속하는 인간이라는 종을 특수한 존재로 볼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



'밈, meme'이라는 단어를 처음 소개한 작가는 우리 인간이 문화를 모방하고,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변형이 생기며 문화가 진화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자기 복제자에는 DNA 뿐만 아니라 meme도 있다고 합니다. 인간 종에만 나타나는 특성 이에요. ⠀



개미에게 어미 살해는 유전적 광기의 행위이며, 일개미를 그렇게 하도록 유인하는 마약은 그야말로 무서운 것이다.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해서 그 유전자에게 이익을 주는가 묻지 말고, 그 행동이 이익을 주는 것은 누구의 유전자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유전자의 이기성은, 다시 말해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많이, 완벽하게 하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자기 복제를 위한 것이 유일한 목적이에요. 이를 위해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있습니다. 단지 결과일 뿐입니다. 이타적인 유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이기성이 '이타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



다시 말해, 여왕개미를 위해 일개미들이 희생하는 듯 하지만, 달리 보면, 일개미가 자신의 종의 보존을 위해 여왕개미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일개미들의 이타성이 사실은 그들 유전자의 이기성의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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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든 세포의 노력은 오직 하나의 세포(정자나 난자)의 생산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한 것이다. 코끼리는 단일 세포, 즉 수정란이 시작일 뿐만 아니라, 그 목표 또는 최종 산물도 다음 세대의 수정란이라는 단일 세포들의 생산이다.



13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병목형 생활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었어요. 생존 기계로서의 개체는 모두 유한한 생명입니다. 수정란에서 출발하여 코끼리로 성장하고, 다시 또 다른 수정란을 남기고 코끼리 개체는 죽게 됩니다. 하지만, 자기 복제자 DNA는 불멸의 상태로 후세에 전달돼요.



인간의 육신도 일종의 생존기계일뿐입니다. 나를 표현하는 유전자를 영원히 전달하기 위해 일생을 사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 더 특별하게 살 것도 없고, 더 못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관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 뇌가 밈의 전달자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만들고, 전달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식이 인간을 다른 종과 구분 짓게 해요. ⠀



자연의 한 부분으로, 더 나아가 우주의 티끌로서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매우 단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겸손해지는 순간이에요. ⠀



우주의 어떤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



겸손해져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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