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언제나 무너지는 이유
이렇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2024년을 맞이하기 위해 진작부터 다이어리도 장만하고,
일 년의 목표와 루틴을 정하고,
남들 다하는 시각화까지 하려고... 는 안 했어도.
일 년을 기획하는 여유를 가지고 싶었는데.
나의 새해는 동생집 거실에서 맞이했고,
집안은 기숙사에서 나온 막내의 짐과 전역을 앞둔 둘째의 짐으로 소란하고,
내 책상은 읽다 만 책들이 널브러져 있고,
내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계획으로 가득하니.
그래도 꾸역꾸역 새날의 약속을 이어가고 있다.
새해는 1월 2일에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냥 흘려보낸 하루가 아직 며칠 되지 않은 것이 큰 위안을 주면서,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이렇게 계획이 무너지는 것은 거절하지 못함 때문.
중요하지 않은 일을 더 많이 거절할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풀어 갈 수 있음을 기억하라
무엇을 거절할 것인가.
나를 거절해야 한다.
나에게 남아 있는 잘못된 습관들을 거절하는 것이 가장 먼저.
거절하지 않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얄팍한 처세술을 경계하고,
거절한들 상대는 개념치 않을 관계임을 명심하고,
관심 없는 책 서평 요청 거절하고
공허한 수다 모임 거절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람 애써 이어가는 인연 거절하고
낭비되는 시간 거절하고
건강하지 못한 공간도 거절하고
담백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일 년을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