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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May 23. 2024

코스모스

우주 문명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을까요? 그중에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이 과연 있을까요?


'인생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어떤 책을 인생책이라 해야 할지 기준이 너무 어렵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책이 너무 많고요. 저렇게 생각하면 인생책이 없고요. 그렇다고 '이 책은 꼭 읽으세요.'라고 쉽게 제안하고픈 책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다시 질문을 바꾸어, 

"무인도에 가게 되어, 딱 한 권의 책만 가져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겠는가?"

이 질문에 유시민 작가는 한 권의 책을 언급합니다.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 


벽돌책을 가져간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분량이 중요할 것 같아요. 시간은 엄청 많을 테니까요. 


그런데, '과학책?'

이건 조금 의아합니다. 


그렇게 유명해진, 

심지어 어떤 분들에게는 '인생책'이라고 불려지는, 

<코스모스>를 읽었어요. 


그리고, 과감히 꼭! 읽어보시라 추천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우주는 내가 그 안에 존재하게 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우주 바깥에도 우주가 있을까요? 처음에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점을 찍고, ⠀

그 점을 100만 조각을 내고,⠀

그 한 조각을 다시 100만 조각을 내어, ⠀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 그 너머의 점에⠀

우주 전체가 들어가 있었어요. ⠀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

그 너머에 있는 최대한, 그 너머의 무한의 크기로 ⠀

우주는 팽창하였습니다. ⠀


그 역사를 알기 위해, 코스모스를 읽어요. ⠀

그러나 인류는 겁도 없이 우주라는 바다의 물맛을 보았고 그것이 자신의 기호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 사람이 별에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일까? 인류의 기원과 진화가 우주에서 진행된 모든 사건들과 밀접하게 묶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주 탐험이야말로 인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위대한 장정인 것이다. ⠀

단지 물리, 천문, 우주에 관한 책이었다면,⠀

많은 이들에게 이토록 극찬을 받지는 못했을 거예요. ⠀

책장을 덮는 순간의 느낌은 우주로 향하게 되는 진취성보다 우주 문명 속의 한 구성원으로 보잘것없는 지구인이라는 생각. 어쩌면 우리보다 앞 선 문명의 외계인이 내려다보며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하는 허탈함, 겸손이었어요.⠀

 ⠀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고 노예 제도의 야만성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별세계의 비밀을 안다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까? -몽테뉴에 따르면 아낙사만드로스가 피타고라스에게 던진 힐문이라 한다. ⠀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 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 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작은 푸른 반점일 뿐이다. ⠀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 기술은 인류를 구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어요. 서로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함이라 하지만, 그 경계에 대한 합의가 모호하지요. ⠀

지금은 군사적 무기에 의한 위협뿐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등의 기술이 그 위협을 더 합니다. 정말 인류를 위한 것인지, 인류를 위해 어떤 합의가 필요한지 함께 논의되어야 해요. ⠀

만약 우리가 이 기술을 사용하여 우리의 자신을 파괴한다면 별과 행성의 탐사는 그것으로 끝장이다. 그 반대의 상황도 물론 가능하다. 행성과 항성의 탐사가 계속될수록 인류 우월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그 대가로서 우리는 우주적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사업이 시작된다고 해요. ⠀

달에서 헬륨 3과 같은 자원을 가져올 거라 합니다. 인류가 1만 년을 사용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이라 해요. ⠀

이 사실을 칼 세이건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인간의 기술이 이토록 발전하여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에 환호하겠지요. 한 편으로는 그 기술로 인해 벌어질 비인간적인 행동들을 경계하라 했을 테죠. ⠀

모든 사회 변화와 발전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

어떤 경우에라도, ⠀

우리의 지구는 거대 우주의 수많은 은하계 중, ⠀

우리 은하계에 속하는 태양계의 ⠀

작고 작은 푸른 별이라는 것,  ⠀

어떤 외계 문명과 만나더라도 떳떳한 지구인으로 살자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한 것은, 

함께 읽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에요. 혼자서 읽기에는 사뭇 부담이 됩니다.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분들 덕분에 잘 읽을 수 있었어요. 


그에 못지않게 다행이었던 것은,

작가가 매우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는 것입니다. 

방대한 우주의 역사를 흥미롭게 읽게 만든 것은 분명 작가의 힘이라 생각해요. 

과학적 지식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우주문명의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 있음을 인지하고자 읽었다는 충만함을 느끼게 합니다. 40년이 지난 책이 여전히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읽게 되어 무엇보다 다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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