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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May 30. 2024

간결한 삶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는데, 막상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어떤 일'을 했는지보다 내가 '왜 그 일을 하는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만약 적절한 답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 일을 그만두라고.


그렇게 따져보니, 나의 하루를 채우는 온갖 것들 중, 그만두어도 무방한 것들이 제법 있다. '혹시 나중에 필요할지 몰라서', '아무래도 미리 해야 할 것 같아서'. '혹시'와 '아무래도'때문에 괜한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들의 시선과 인정을 위해 하는 일이다. '보는 눈'때문에 하는 일 같은 것. 


간결한 삶이란 군더더기 같은 일은 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적시에 잘하는 것 아닐까? 간결하게 살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언어를 정리해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을 간결하게 해야 한다. 간결하지 않은 말은 괜한 오해와 기대를 만든다. 간결하지 못한 때문에 더한 행동을 해야만 한다. 말을 멈출 때를 아는 것, 처음부터 말의 모양을 간결하게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뱉어 말은 점점 부풀어 오르니까. 


말을 간결하게 하고, 몸을 간결하게 한다. 감정을 과장되게 하지 않고, 태도를 간결하게 유지한다. 군더더기 없는 태도는 과한 반응이나 응대를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무리한 태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평온을 유지하면서 한결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태도, 품격 있는 태도는 그런 데서 나오는 것. 


말과 태도를 간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어떻게 하는지조차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선 의식주를 간결하게 해 보자. 먹는 것을 간결하고 소박하게, 입는 것을 단정하고 간결하게, 집안의 갖춤을 간결하게 정리하면 우리의 말과 태도도 간결해질 수 있으니까. 


한 그릇 음식으로 간결함을 만들어 본다. 식탁 위에 온갖 음식을 갖추고 먹는 것만이 건강한 생활이 아니다. 하물며, 그 음식을 준비한 사람은 얼마나 분주했을까? 소박하게 차려진 삼첩상에도 정성은 있다. 그러니 간결한 식생활을 위해 음식에 대한 기준을 바꾸길 당부해 볼까. 


단벌 옷의 편리함을 알게 된다. 누구나 옷장에 가득한 옷을 다 입지 않는다. 미처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옷에 대한 나의 열망이 간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결함을 기억한 올해, 아직 새로 들인 옷이 없다. 그럴 계획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옷장은 비좁으니까.  


집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넘쳐나는 물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물건들을 정리하기 전에는 간결한 일상을 꿈꾸기 어렵다. 간결함은 불필요한 물건이 보이지 않고, 필요한 물건들은 제 자리를 찾았을 때 가능하니까. 


간결한 삶은 무엇보다 나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한다. 쓸데없이 뻗어 있는 촉수 같은 관심에 온갖 에너지를 소모하면, 나도 모르게 방전되어 있다. 정말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간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어디에서나 진리니까. 


간결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나에게 잘 맞는, 무리가 되지 않는, 에너지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생활 태도를 갖길 바라는 것이다. 덜어내는 것이 미덕일 수 있다는 바람. 간결함이 지나치게 없이 살겠다는 것은 아니니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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