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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승리

Feat 아Q

by 부키
소설에서 아큐가 늘 얻어맞고 모욕을 당하면서도 즐겁고 낙천적인 것은 이처럼 현실의 패배와 굴욕을 그 나름의 조작법을 통해 정신적 승리고 전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큐는 늘 패배하지만 늘 승리자이다. <아Q정전>, 옮긴이의 말 중에서


루쉰의 대표 작품인 <아Q정전>의 아Q는 ‘정신 승리’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옮긴이의 해설에도 그런 평가가 있다. 그에게는 “패배에 대한 인식, 패배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다. 그는 “패배와 모욕을 직시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것을 너무 쉽게 망각해버리거나 정신 조작을 통해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전환시켜 버린 뒤 즐거워”한다. 이를 ‘정신 승리’라고 부른다.


‘정신 승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승리‘에 방점을 찍어 사용할 때도 있고, ’정신‘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끝내 버텨 원하는 것을 얻은 상태는 전자에 해당할 테고, ’승리’의 의미보다 ‘정신’적으로 버텨낸 것을 강조하고 싶으면 후자의 경우다.


우리가 원하는 ‘정신 승리’는 무엇인가. 아Q의 그것에 동의한다면, ‘승리’에 가까운 정의를 만들고 싶음이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승리’이며 ‘무엇을 위한 ‘승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혹시나, 패배를 인정하기 싫고, 패배를 숨기기 위한 ’자기 합리화’로서의 ‘정신 승리’이지는 않을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다. 패배를 직시하고 그로부터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내기 쉽지 않다. 남들에게 나의 패배를 드러내는 것은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단지 운이 없어,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아서라며 나의 패배를 숨기고 있다. 그렇게 숨긴 패배에 질문해야 한다. ‘나를 돕는 것인가?’, ’나를 가두는 것인가?‘


‘정신 승리‘를 외치는 아Q에게서 나의 모습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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