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춤추게 하는 것은…

잔소리를 안 하는 것.

by 부키

가끔 아이들의 자취집을 방문한다.

형제가 함께 쓰고 있는 곳이라 엄마의 중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서로 미루고 있는 그 영역들, 싱크대, 화장실, 냉장고 등.

주의할 점은 기습방문은 하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에 미리 이야기하고, 당일에는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준다. 이는 “너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놓으라”는 경고와 동시에, 엄마의 잔소리를 줄이는 방법이다.


적당히 주차를 하고, 심호흡을 한다.

‘잔소리하지 말아야지. 어떤 광경을 보더라도 넘어가야지. 한 시간 만에 나와야지.‘ 출입문을 여니, 현관부터 가관이다. 무슨 신발이 이리 많은지, 제대로 된 신발장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쓰러진 우산을 세우는 것으로 입장한다. 각자의 방에서 어슬렁 나오는 20대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그와 동시에 주방과 거실을 스캔하며 견적을 낸다. 오늘은 한 시간이 더 걸리겠다. 싱크대 청소를 시작하면 놈들은 방에 방치된 컵들을 꺼내 놓는다. “여기도 있었네? 치울 정신도 없이 바쁘구나?“, ”이번 주에 너무 바빠서…“


각자의 방에 들어가 본다.

책상 정리는 원래 엄마 몫은 아니다. 정리되어 있다면, 닦아주려 했는데, 손댈 수가 없으니 그냥 나온다. “책상이 크니까 여기서 별 걸 다 할 수 있네? 큰 걸로 사길 잘했네!” 주섬주섬 정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다시 들어가 보던가.


냉장고를 열어본다.

마시다 남긴 커피, 배달 음식에 딸려 온 반찬들, 과일 조금, 뭔지 모를 그런 것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번에도 있던 토마토가 여전히 같은 그릇에 담겨 있다. 얼른 꺼내서 버리고 치운다. “잘 챙겨 먹어야지. 과일도 먹고, 야채도 챙기고.” 야채서랍에서 오래된 오이를 꺼내며 말을 삼킨다. ‘잔소리 말아야지.‘


부재중인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엄마가 우렁각시는 아니지 않나? 빈 집에 가서 청소해 주기는 없기로 한다. 잔소리보다 효과적인 것은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비포와 애프터가 있고, 굳이 시간 내서 와주는 엄마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도록 꾀를 내야 한다.


막내가 슬그머니 청소기를 든다.

큰 아이는 함께 먹자며 커피를 내린다.

잔소리만 안 해도 제 자리를 찾는다.

춤도 춘다. 어설픈 청소기 돌리기 춤을.

(이런 것도 가르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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