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기_출판사 서평
독서가, 다독가가 되어 자신의 독서기록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소감을 남기는 것은 주요 업무이다. 개인적인 기록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책을 읽어내는 나의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해서, 그 안에서 책을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관점이 확실하다고 주장만! 할 수는 없다. 그 근거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따라서, 보통은 아쉬운 점과 좋은 점이 공존하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글쓰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의뢰받은 서평이다.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연락이 온다. 인스타 디엠이나 블로그 댓글, 이메일 등, 독서가가 공개한 연락처를 통해서 온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러한 의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꾸준히 독서 리뷰를 올리고, 팔로워 등의 영향력 지표 기준이 있을 것이다. 적정 수준에 도달한 사람에게는 마케팅 차원의 협찬 제안이 오는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현물인 책만 받을 것인가, 아니면, 광고비를 받을 것인가이다.
처음부터 광고비를 포함한 제안이 오기도 한다. 이 때는 확실하게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 내용과 횟수, 스타일 등을 합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한 일정을 지키는 것이다. 신뢰의 문제이고, 업무의 프로세스를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광고비, 혹은 광고 제작비를 받을 경우에는 ‘광고‘문구를 삽입해야 한다던가, 홍보를 위함이라던가의 내용을 반드시 공지해야 한다.
책만 제공하는 제안에 역으로 광고비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출판사의 지침에 따라 받아들여지거나 거절된다. 이때 유의할 것은 ‘나의 기준’이다. 나는 이제부터 ‘유료’ 서평만 하겠다는 기준 등이 있어야 한다. 제공하는 리뷰 포맷에 따른 광고비 제안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독서가의 수입과도 연결된다. 보통은 아주 적은 금액에서부터 시작하여 단계를 높여간다.
이러한 ‘유료 서평‘은 많은 유의점을 갖는다. 우선, 서평을 광고의 효과가 있도록 써야 한다. 홍보를 위한 제안이기에 이에 충실하게 쓰고 제작해야 한다. 상호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일방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다시 말해, 혹평을 하거나, 아쉬운 점을 비중 있게 다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신중하게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독서가에게 또 다른 평가로 돌아온다. 서평의 신뢰가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하는.
따라서, 우선은 부담 없이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쓰는 서평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의 서평 활동이 수입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좋은 책을 골라 받고, 나에게 맞는 책을 선별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쓰는 서평이어야 한다. 제안에 회신할 때, ‘읽은 대로 주관적으로 쓰겠습니다.’라고 먼저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 그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기에 대부분 동의한다. 잘 읽고, 기한에 맞추어 서평을 쓰면 된다.
출판사 의뢰를 모두 받을 수는 없다. 여기서 고민이 생긴다.
대형 출판사의 도서는 기본 이상의 수준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엄한 책을 주고 읽으라 하지 않을 것라는 생각.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제안은 대부분 받는 편이다. 읽으면 좋을 책들이라는 이상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더 자주 오는 의뢰는 이제 시작하는 출판사이거나, 규모가 작은 출판사들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책을 홍보하기 어려운 여건이기도 하고, 인지도 높은 작가가 아닐 확률이 높기에 직접 부탁하며 책을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여길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책을 고르는 편이다. ‘좋은 마음에 다 받아서 읽고 리뷰해야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물리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이 책 대신에 읽을 좋은 책이 너무 많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이런 책들 중에 보석 같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요즘의 작은 출판사들은 특색 있는 기획이나 주제를 가지고 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서도 책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출판사를 알고 있으면 좋다.)
처음부터 의뢰를 받기는 어렵다. 이럴 때는 ‘서평단 모집‘에 응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응모를 위한 설문지를 정성스럽게 잘 쓰고, 출판사의 모집 의도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신청 이유를 쓴다. 워낙 많은 서평단 모집이 있기에 열심히 도전하면 기회가 생긴다. 그렇게 첫 서평을 하면 어떨까?
요즘은 서평 의뢰를 많이 거절한다. 죄송스럽지만 시간이 안된다는 이유로. 사실 그렇기도 하고. 서평을 받다 보면 어쨌든, 나의 선택에 의한 독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약속한 책이라 강제로 읽는 효과는 분명하다. 서평요청을 수락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책, 알지도 못했을 책이 더러 있다. 그럼에도 책은 너무 많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잘 모를 때는 서평 제안이 반가웠지만, 독서 목록이 쌓여가면서 내가 스스로 채워야 하는 구멍이 많이 있음도 발견한다. 출판사 서평으로 채울 수 없는 공간들, 이를 채우는 것이 더 시급하기에, 요즘은 내가 선택해서 잘 읽은 책 위주로 서평을 쓰려고 한다. (많이 밀려서, 쓰고 있다 말하기 주저되는)
물론,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성인 독서량이 반토막이 났다는 기사를 본다. 예견된 사실이다.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읽는 사람이 늘어야 쓰는 사람이 는다. 만약, 이미 읽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면, 이제 꼭 쓰는 사람이 되자. 내가 읽은 책 이야기부터 쓰는 것이 어떨까? 독서 생활자는 업무라 생각하고 써야 한다. (뜨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