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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평생독자 되기

독서 생활자의 독서

by 부키

그것이 무엇이건 가장 어려운 일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익숙함의 상태에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만, 어떤 상태에 머물건 꾸준함으로 지탱하기는 쉽지 않다.

독서도 예외는 아니다.


넘쳐나는 책 속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기에도 바쁘다. 뭐, 그것도 좋다. 나는 추리소설만 좋기에 그것만 읽겠노라 말하는 것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도 조금 지겨울 때가 올걸…이라고 말할 뿐.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욕심이 생긴다. 이 책도 읽어볼까? 저 책도 읽어볼까? 이동진 평론가가 이달의 베스트라고 하는데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지만, 이내 포기! 너무 어렵다는 감정과 굳이 이렇게까지 읽어야 할까 싶은 마음. 유시민 작가가 매달 소개하는 책을 따라 읽을까 도전하지만, 두께부터 만만치 않다. 다른 읽을 것도 많은데… 굳이. 일간지마다 눈에 띄는 신간을 소개하지만 이 역시 소개기사 읽는 것으로 퉁친다. 시의성이 너무 짙어서 부담이야…라면서. 노벨 문학상 발표가 나고, 누구는 자신 있게, 혹은 겁 없게, 그의 대표작을 읽기 시작하고, 누구는 손에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물론 누구는 처음부터 리스트에서 제외시킨다. 내가 어떻게 읽겠어…


그러기를 반복하면 나의 독서는 옆으로 확장된다. 옆으로만 확장될지도 모른다. 비슷한 장르와 비슷한 수준의 책들로 고만고만하게 채워진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란 독자는 성장한다. 그래서 이제 한 계단 올라서고 싶지만, 의외로 허들이 높다. 나의 노력을 독서에 쏟는다는 것이 어색하다. 굳이…라는 푸념이 여지없이 따라 나온다. 그럼에도 책 읽는 사람은 나름,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는지라 이대로 넘어가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수평뿐 아니라, 수직적 상승도 도모하게 된다. 그러지 못한 자신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그러면서 책에서 멀어지기도 하는데.


만약, 평생을 능숙하게, 꾸준히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나만의 책 읽기 방법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문학을 읽는 방법, 비문학을 읽는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시, 소설, 에세이를 읽는 방법이 다르고,

사회과학, 과학, 철학, 심리학을 읽는 방법이 다르다.

정답은 없지만, 나에게 맞는 나의 해법은 만들 수 있다.

그 해법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제언을 쓰려한다.


소설을 읽을 때는, 가장 먼저, 작가의 시점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고전들은 보통, 3인칭 시점, 또는 전지적 작가시점이 많다. 간혹 1인칭 시점도 있지만, 시점이 혼동되진 않는다. 현대 들어 작가의 시점이 개입되는 변칙을 쓰기도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를 애써 생각하도록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문학들은 한 작품 안에서도 다양한 시점을 갖는다. 시점을 파악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하면 어떤 인물에 집중할지 파악하기 쉽다. 문학 작품들은 상황 설정과 그것의 영향, 시대적, 공간적 배경 등으로 변주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치들은 인물의 갈등과 변화를 따라가며 서사를 만드는 요소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시점을 파악하면 보다 작품 중심으로 몰입하기 쉽다. 물론 어떤 작품들은 시점 파악이 너무 어렵다. (아직도 <소년이 온다>의 1부, 어린 새의 시점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했음을 밝히며…) 주인공이 아니어도,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시점을 재구성해보면,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다 보면 느껴지는 시점의 변화다. 문학작품의 작가 해설은 마지막에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역시 일종의 프레임이 될 수 있다. 내가 읽고 만든 나의 관점이 아닌, 작가의 의도에 맞는 선입견이 된다. 배경지식 역시, 없이 읽다가 나중에 알게 되면 새롭게 이해되는 것이 있다. 물론 이 역시 개인의 읽기 방법에 따라 달리 할 수 있다.


비문학,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책은 프롤로그와 목차를 세심히 봐야 한다. 작가의 문제 제기가 무엇인지. 그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러한 것들을 내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가늠해봐야 한다. 작가는 ‘이건 문제야!’라고 한들 내 입장에서 문제라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 독서는 너무 심심하다. 혹은, 도대체 이게 왜 문제라는 건지 이해하려다 책을 덮고 만다. 그러니, 문제의식에 공감이 가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보통은 프롤로그에 나와있다. 작가의 의도, 문제 제기, 책의 구성, 핵심 개념, 그래서 마지막에 무엇으로 결론 내고 싶은지 정도는 친절하게 맛보기로 들어있다. ’ 작가의 이런 문제 제기에 공감하시나요?’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라고 생각이 들면 책을 들여도 좋다. 또 한 가지, 너무나 어려운 개념, 물론 나에게, 한 페이지에 내가 모르는 용어, 개념들이 한 손을 넘어 두 손으로 꼽아지면 지금은 읽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도 조금 보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작가의 문제의식에도 공감이 되고, 그의 결론도 궁금해지고, 이해하기 그리 어렵다 느껴지지 않으면, 읽어보길 권한다. 문제/원인/의견 1,2,3,4/결론의 얼개를 짐작하고 읽으면 책 한 권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과학분야는 더 어렵다. 특히나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를 썼다면 십중팔구, 반은 그냥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프롤로그와 목차에서 나의 호기심을 건드리는 주제를 발견한다면 도전하길 추천한다. 반정도 읽으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그 많은 새의 종류와 학명들에 몇 번을 멈추며 읽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게 된 힘은 챕터별로 잘 정리하며 읽었기 때문이다. 학명을 다 적고 외우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을 갖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과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로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반박을 예상하는지, 우리가 독자로서 읽어야 하는 것은 이런 맥락 아닐까? 룰루 밀러가 물고기가 없음을 알아가는 그 과정, 그 안에서 펼쳐지는 논리적 과정과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 등, 과학만이 제공하는 것을 잘 수용하는 독서가 중요하다.


전문분야의 책은 어렵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도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가늠조차 어렵기도 했다. 이럴 때는 이 책을 리뷰해 주는 자료를 참고하기도 한다. 전문가이면서 커뮤니케이터의 능력도 갖고 계신 분들의 해석은 책 읽기를 도와준다. 무엇은 중요하게 읽어야 하는지 미리 기준을 만들 수 있다. 꼭 읽어야 하는 챕터가 있는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배경지식이 있는지, 이러한 것들이 사전에 준비되면 수월한 읽기가 된다. 비문학 책을 읽기에 버거우면 관련 분야의 에세이도 참고할 만하다.


나만의 독서방법을 만드는 것 역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너무 거창할 필요도 없고, 부담스러운 과정을 요할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나의 독서를 보다 의미 있고, 풍성하게 하기 위함이니 철저히, 나를 위주로 하면 된다. 결국은 나의 독서를 깊이 있게 하기 위함 아닌가. 깊이 있는 독서를 지향하는 것이 평생, 오랫동안 능숙하게 책을 읽는 방법일 것이다. 쉬운 것만으로는 평생을 함께 하기 어렵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신박한 방법은!

함께 읽는 것이다.

타인과 함께 읽고 나누는 과정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이건 경험으로 깨우친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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